제주도 도시경관의 현주소
제주도 도시경관의 현주소
  • 제주매일
  • 승인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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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제주폴리텍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제주도로 여행 오는 사람들의 가슴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이내 바다 내음과 풍경에 목말라 자연스레 해안도로로 접어든다.

속도를 늦추고 감상을 즐기는 사이, 의문스러운 검정색 천 등이 펄럭이고 있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30년 역사의 광어 양식장이다. 2013년 기준 도내 양식장은 351곳에 수면적은 141만㎡에 달한다.

제주도 전역의 해안도로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양식장의 외관은 대량 생산지를 알리듯 모두 규모가 만만치 않다. 검정색의 차양막에 뒤덮여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야기되는 제주바다와의 부조화와, 관리되지 않는 차양막의 훼손은 해안경관 훼손 요인이다.

도시경관은 비언어적 교감을 통해 인간과 상호 소통을 하게 되고, 그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누적시킨다. 양식장의 외관 때문에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아름다운 풍경,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제주의 광경이 한 순간에 아쉬움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식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시설비에 운영비·인건비 그리고 에너지 절감,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화폐가치까지.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경관의 일부를 구성하는 객체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시경관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주체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행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최근 제주시는 8억5000만원을, 서귀포시는 14억8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어류 질병 폐사율 최소화를 위해 어류 백신접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식산업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의 개선책이다. 그렇다면 시각적인, 검은 천이 나부끼는 등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나?

제주도의 자연과 도시경관을 고려한 아이덴티티 확립의 답은 제주도 도시디자인단에서 찾아야 한다. 도는 2010년 종전의 도시건설방재국을 도시디자인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토지 이용·건축·건설·교통·시설물·통합한 디자인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신설했다. 도시디자인단은 필요하다면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권한을 추가해서라도 도내 경관을 해치는 부조화 요소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양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활성화되고 있는 건축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 4월 현재 민간부문 도급계약이 7%나 증가했다. 개인 취향이 반영된 건축물이 많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구조적인 부분은 준비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 안전하게 설계되겠지만 외관의 색채는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도시디자인단의 아이덴티티정책이 반영된 지역별 색채 지침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건축허가, 건축물 사용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라지만 제도를 신설해서라도 도시디자인단이 현장 조사에 참여해 제주의 산과 바다, 도심특성이 감안된 색채 부분을 조정 및 승인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경관색채와의 연계성을 이루고 경관색채 계획의 실제적 시행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고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널려있고 잡초가 가득한 채 방치돼 있는 사유지를 지도·개선하고, 수평이 익숙한 평화로운 제주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선 지중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어쩌면 도시디자인단 아이덴티티정책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 도시디자인단은 제주경관의 컨트롤타워다. 제주의 도시경관을 형태적, 기능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해석적, 상황적으로 이해하고 독해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들을 적극 찾아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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