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4·3사건을 올바르게 알고 성장해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세워주길 기대합니다.”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모 초등학교 시청각실. 제주 4·3희생자 유족회 부녀회 소속 강○○씨가 4학년 학생 70여명에게 가족사 중심으로 4·3의 아픈 기억을 들려줬다. 이 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시행하는 4·3평화 교육의 첫 무대에 대한 지난 7일자 모 일간지 기사다.
이날 도내 일간지, 인터넷매체와 방송이 비슷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4·3평화인권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나 국가를 이뤄 사는 과정에서 갈등으로 발생했던 인간성 파괴 등 막대한 피해를 되풀이하기 위해 역사교육은 매우 필요하다.
한 맺힌 제주4·3사건은 4·3진상보고서가 세상에 공포돼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비로소 역사적 사실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4·3 진상 조사가 첫 단계라면 국가차원의 진상보고서 발간은 2단계, 4·3 교육은 마지막 3단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과감하게 4·3사건에 대한 교육활동을 시작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런데 4·3평화 인권교육 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첫째 4·3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교육내용과 방법 및 대상이다. 즉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이론을 바탕으로 일련의 절차를 거처야 한다. 가르칠 교과서나 교재를 만드는 일은 그 다음이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육과정도 없으며 교재도 없다. 준비가 안됐는데도 명예교사를 먼저 위촉했다.
그리고 명예교사가 교실에 들어가면 4·3 교육이 다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수업은 철저한 계획에 의해 수업과정안을 재조직해야 효율적이다. 공개된 4·3 교육은 계기 교육이었지만 계획성이 미흡하고, 명예교사의 사전 교육도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둘째 교육은 이념이나 정치적으로부터 중립성을 담보로 해야 그 정당성이 확보 되는데 아직 미흡하게 보인다. 혼란이 불거져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주4·3진상보고서는 크게 상생(相生)의 정신을 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세 번째, 4·3 평화 인권교육이 아이들의 정신적 심리적 발달을 고려하지 않았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예로부터 아이들 교육은 발달 수준에 알맞게 조직해 가르쳐 왔다. 발달 수준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가르치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대상인 어린이들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체성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교육에선 “왜 마을을 공격했나요?” “왜 사람들을 잡아갔나요?” “왜 나라는 사람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잡아가게 나뒀나요?”와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어떤 여학생은 “4·3이 그저 4월3일 일어난 일인 줄로 알았는데 잔인한 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분노에 찬 보복 심리가 작동되지 않을까, 어린 가슴속에 상처와 혼란을 심어주는 교육은 아니었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제주4·3 평화인권 교육이 이웃 나라보다 한 발 앞서 공교육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교육이 당위성이나 필요성만 앞세워 정서와 정체성 문제를 야기한다면 더 큰 문제다.
특히 교육내용이 이념이나 정치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우려가 된다. 더 상처주고, 더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4·3 평화 인권교육이 상생(相生)의 교육으로 발전하려면 정당한 절차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민들의 공감을 얻어 가르쳐도 늦지 않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