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可以寬恕 但不可以忘却)’ 중국의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적혀 있는 글이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을 대량으로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측 자료에 의하면 불과 40일 사이에 무려 3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했다. 일본군은 사람을 생매장하거나 휘발유를 뿌려서 태워 죽이기까지 했다. 일종의 ‘도살(屠殺)’이었다. 중국인들은 이 같은 ‘치욕의 역사’까지 적나라하게 되살려 스스로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일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내일(4월16일)이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慘事)’ 1주년을 맞는다. 세월호 참사는 황금만능주의와 정경유착, 책임윤리 부재 및 도덕성 실종, 저급한 기업문화와 안전불감증 등 ‘총체적인 난맥상(亂脈相)’이 한꺼번에 응축되어 터진 사건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후 박근혜 대통령은 ‘5.19 특별담화’를 통해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더불어 ‘국가 개조론(改造論)’도 부르짖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 전체의 근본적인 반성과 국가혁신을 위한 일대 개혁운동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동안 세월호 특위의 기소권 문제로 숱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더니, 아직도 특별법 시행령 등을 놓고 정치권 등 각계가 극한 대립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인양(引揚)만 해도 그렇다. 현재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확실한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일부에선 천문학적 비용 등을 운운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책임이다. 더욱이 세월호의 비극(悲劇)을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개선해 나가는 ‘상징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인양은 꼭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성완종 리스트’까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한 국민들의 심경은 과연 그 누가 헤아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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