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녹음으로 사라져가는 해중림
갯녹음으로 사라져가는 해중림
  • 제주매일
  • 승인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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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완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수산학 박사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수공간인 조간대부터 수심 30m 정도까지의 연안어장에는 해중림(바다숲)이라고 불리는 해조류 군락이 형성돼 있다. 연안어장의 면적은 바다 전체의 0.1%에 불과하지만 해중림은 연간 건조중량으로 ㎡당 1~8㎏의 물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에서는 바다 전체의 10%에 이르고 있다.

해중림은 1차 생산의 장소로 바다 생물의 산란장이며 어린 고기들의 은신처이기도 하다. 또한 전복·소라·성게 등은 해조류를 먹으면서 자라고 있어 해중림은 해양환경 정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해중림은 세계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호주 타스마니아 섬의 자이안트 켈프(Giant kelf·다시마의 일종) 해중림은 1950년대 면적의 5%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해중림의 축소와 소멸은 그 자리에서 생활하는 생물이 사라지게 되고 연안어업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해중림은 일반적으로 수온이 낮고 영양염이 풍부한 해역에 잘 형성된다. 반대로 갯녹음은 수온이 높고 영양염이 빈약한 해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갯녹음이 단순히 고수온과 빈영양염에 의해 발생하는지 정확한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민들의 경험에 의하면 평년보다 수온이 상승할 때는 갈조류인 미역이나 다시마가 흉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쿠로시오 난류가 연안으로 접근하면서 오야시오 한류가 미치는 범위가 약하게 되면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는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El Nino) 발생이 갯녹음을 일으키고, 그 반대 현상인 라니나(La Nina)가 발생하면 해중림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갯녹음 발생 여부는 해황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나, 태풍이나 홍수, 해일 등과 같은 급작스런 환경변화에서도 발생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원인도 있다.

갯녹음은 해황과 외부적인 환경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해양오염이나 연안개발에 의한 담수 및 토사의 대량 유입과 기름 유출사고 등 인간 활동에 의해 해중림이 파괴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육상 오염원 유입이 계속되는 한 해중림 회복은 곤란하다.

해중림 파괴의 원인이 우리들 자신에게도 있기에 그 원인을 명확히 인식하고 없애는 것이 해중림 회복과 보전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인간 활동은 지구환경까지도 바꾸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지구 온난화다. 온난화에 따라 수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아열대성 생물들이 제주연안까지 북상해 직·간접적으로 해중림 파괴에 간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갯녹음이 발생해 지속되는 원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중림 회복을 위한 노력은 해양수산연구원이 중심이 돼 어업인과 함께 여러 형태의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하얗게 변한 암반을 닦아 그 자리에 톳 포자를 심는다든지 인공적으로 생산한 해조류 종묘를 갯녹음 어장에 심어 자라게 하는 방법 등에 의해 해중림 조성 가능성이 보여 지고 있다. 한 어촌계에서는 해녀들 스스로가 밭돌을 가져 와서 자신들 손으로 어장에 깔아 넣고 모자반류 종묘를 심은 결과, 성공적으로 해중림이 조성돼 황폐화돼 있던 어장이 현재는 이용 가치가 있는 어장으로 변하고 있다.

갯녹음 발생어장 면적이 넓어 완전한 해중림 회복은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 어장 살리기에 매진한다면 갯녹음 극복은 가능할 것이다. 바다의 요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해중림은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고 후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자산임을 깊이 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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