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가 1년을 맞고 있다. 이후 다양한 안전강화대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주민보호대책이 아니라 재난부서와 민간부분의 두 축이 균형을 이루며 시너지효과를 발할 때 재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재난부서는 현장대응역량 제고와 재난안전예방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민간은 재난에 대한 역할과 안전문화의 조기정착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주소방은 현장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119접수단계부터 선발출동대를 상향 편성, 화재 초기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착대가 도착 후 지휘관이 현장에서 추가 자원을 요청하는 방식은 초기대응에 실패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민선6기 소방력 보강계획에 따라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한 최적의 자립형 소방안전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제주사회 전체의 재난·재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재난안전종합체험센터 조성, 산불방지와 환자이송 등 다목적 작전수행이 가능한 소방항공대 창설, 현장 인력 보강과 노후 소방차량의 교체, 방화복 등 개인안전장비 보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 주도의 교육훈련으로 자위소방능력이 저하되고 있음에 따라 소방대상물에 대한 관계인 위주의 자율안전관리체계가 강화된다. 화재발생시 관계인에 의한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소방과 관계인의 역할분담으로 평소 훈련을 체질화해 소방에서 관계인 위주의 훈련으로 전환하게 된다.
안전관리의 ‘키워드’는 사람관리다. 관계인과 안전관리자, 기술자는 물론 의용소방대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을 교육하고 지원해서 사회 전반에 안전문화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같은 사고, 전혀 다른 느낌’의 사례가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2014년 서울 도곡역 전동차 화재, 둘 다 방화에 의한 열차 화재였으나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구에선 192명이 숨지고 173명이 다치거나 실종됐다. 도곡동 사고에선 부상 1명에 그쳤다. 열차내부 불연화, 역내 피난설비 보강, 그리고 매월 역무원에 대한 교육훈련이 제2참사를 막아낸 것이다.
재난 공포 속에서 인체는 온 몸의 에너지가 근육으로 집결돼 평소보다 큰 힘을 발휘하게 되지만, 뇌로 가는 혈액량은 줄어 성인의 경우 IQ가 5세 수준으로 떨어져 이성적 판단을 못하게 된다. 결국 재난순간 목숨 구하는 건 ‘평소의 반복 훈련’뿐이다.
‘모건스탠리’의 기적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투자은행으로 직원 2687명이 신속한 대피로 거의 전원이 생존했다. 3개월마다 매뉴얼에 의한 실제 대피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 소방당국의 노력만으로 효과를 보기란 어렵다.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난과 사고는 ‘남의 일’ 정도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 없이 안전문화 정착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지켜가고자 하는 가치를 위해서 안전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최선의 안전은 이러한 개인들의 노력들을 엮어 안전망을 구축할 때 생성된다.
오는 6월5·6일 ‘제8회 제주범도민안전체험 한마당’ 행사가 한라체육관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관·단체가 참여해 55개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생활안전을 위한 ‘소·소·심’익히기와 ‘119안전뉴스’ 경연이 추가됐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화재예방과 안전문화 의식을 한 차원 높이는 소중한 기회로 계속 이어지도록 도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