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성화산과 이중분화구의 형태적 특징
제주 오름중에서 수성화산은 12개가 해안선을 따라 분포돼 있다. 성산일출봉 주변의 두산봉과 우도 쇠머리오름, 송악산 주변의 형제섬, 단산, 용머리와 수월봉 주변의 당산봉이 대표적인 수성화산 밀집지역이다. 이외에도 하논 마르, 썩은섬(서건도), 도두봉을 들 수 있다. 수성화산은 형태적으로 이중화산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중화산이라는 용어는 과거 지질학계에서도 문제가 되어 이제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중화산은 수성화산을 이해하는데 매우 적당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제주 화산도에서 특징적인 화산활동의 양상이 바로 수성화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이중화산체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그 분출시기가 대단히 최근이어서 역사시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중화산체라는 말은 수성화산에서 분화구 두개가 중첩된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화산체가 바닷속이나 해안선 또는 육지의 호수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이나 지하에서 지하수와 같은 물을 만나서 분화하면 마그마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폭발하여 매우 큰 규모의 둥그런 분화구를 만든다. 이것이 1차 분화구로서 내용물은 화산재가 물에 섞인 응회암으로 구성된다.
지표로 계속하여 뿜어져 나오는 마그마를 비롯한 화산물질들은 물이 다 소진되어 버리면 육상분화로 바뀌게 된다. 즉 수성화산의 마지막에 나오는 물질은 육지의 분석구와 같은 송이와 용암으로 바뀌게 되며, 화산체의 중심부인 1차 분화구의 한가운데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언덕이나 분화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2차 분화구로서 결국 수성화산의 분화구는 크고넓은 1차분화구 안에 작은 2차 분화구가 중첩되어 이중화산의 형태를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이중분화구의 수성화산체는 송악산을 비롯하여 당산봉, 두산봉, 우도 쇠머리오름, 하논 마르 및 도두봉을 들 수 있다. 송악산의 경우에 해안선에서 절벽을 이루며 해안갱도가 만들어진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곳이 수성화산체의 외륜으로 1차 분화구에 해당한다. 2차 분화구는 송악산 정상으로 움푹 패인 분화구와 함께 붉은색의 송이와 용암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산봉에서는 올레 1코스가 통과하는 알오름 정상이 2차 분화구에 해당한다. 우도 쇠머리오름의 경우에는 등대로 올라가는 곳의 주차장 뒤편의 작은 동산이 ‘망동산’으로 불리는 알오름이며, 하논의 경우 ‘보름이’라고 불리는 몇개의 언덕이 하논 마르 분화구의 중앙부에 알오름으로 2차 분화구이다.
■도두봉의 화산활동 과정
도두봉은 해안선 부근의 자갈 해빈에서 화산 분화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증거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응회암과 매우 날카로운 부정합면으로 놓여 있는 둥글둥글한 자갈퇴적층으로서 이 노두가 화산체의 원래 위치를 가리켜 주고 있다.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퇴적층은 마치 현재의 해안선의 해수욕장과 같은 환경을 대변해 주는듯 하다. 자갈의 표면이 매끈하고 원마도가 좋은 것은 당시 이 퇴적물이 쌓이는 환경이 유수의 작용이 활발한 곳을 지시하는 것으로써 조수에 의해 쉼 없이 파도가 치는 해안선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도두봉에는 1차 분화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강한 파도가 치는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륜산으로 구성된 외곽의 큰 분화구는 모두 해파(海波)에 유실되어 버린 것이다. 마치 수월봉의 분화구가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유실되어 버린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1차 분화구를 구성하고 있었던 응회암의 흔적은 남아있다. 도두봉의 북측 해안과 서측 해안단애의 ‘썩은 다리’ 는 응회암을 관찰할 수 있는 양호한 노두가 존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응회암의 퇴적암을 뚫고 경사를 가지며 퇴적층의 층리면을 따라 얇게는 10-20㎝의 두께이거나 어떤곳에서는 5-6m의 두꺼운 층상 관입도 관찰된다.
이 현무암질 용암류의 관입은 수성화산체의 분화구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제주의 다른 수성화산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도두봉 정상에는 붉은색의 송이가 분포되어 있다. 둥그런 형태의 언덕으로 된 도두봉은 엄밀히 말하면 도두봉의 알오름으로 2차 분화구에 해당된다.
도두봉 정상에 서서 오름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면 원래 존재하고 있었을 넓은 규모의 1차 분화구의 외륜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규모였을 것이다. 이곳 정상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제주공항의 활주로가 놓여 있어 비행기들이 쉼없이 이착륙하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도두봉은 높이가 비록 65m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바닷가 오름이지만 수성화산으로서 화산지질학적으로 좋은 연구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바닷가에서 해안으로 도드라져 있어 ‘도들오름’이라고도 불리었던 이 오름을 도두 마을에서는 ‘섬머리’라고 부른다. 제주섬의 머리에 해당하는 오름이라는 의미다. <제주지질연구소장>

"현무암이 응회암을 관입…훌륭한 조사지점"
야외에서 지질조사 지점을 노두(露頭, outcrop)라고 한다. 지질학과 학생들이나 지질학자들이 배낭과 사진기를 메고 손에는 암석용 망치를 들고 야외에서 지질조사를 할 때에 찾아가는 곳이다. 지층이 지표면에 드러난 부분을 말한다.
제주도에도 예전부터 외국의 지질학자들이 제주에 지질을 조사하러 오면 반드시 방문하는 노두가 몇 곳 정해져 있었다. 대표적인 곳들은 지금은 대부분 유명관광지로 변해버렸지만 도두봉을 비롯하여 용두암, 별도봉 화강암, 산굼부리 분화구, 만장굴, 우도 서빈백사, 성산일출봉, 서귀포층 패류화석, 지삿개 주상절리, 산방산, 용머리 해안, 송악산, 수월봉, 비양도, 빌레못동굴, 영실 등이 거론된다.
대학원생이었을때 어느 대학 지질학과 교수의 안내로 도두봉의 노두를 방문하여 설명을 들은적이 있다. “이 노두는 응회암을 현무암이 관입한 사실을 보여주는 훌륭한 조사지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니 과연 그렇게 보였다.
이곳은 현재 도두봉 서측편에 위치하고 있는 암반으로 된 해안 절벽으로 ‘썩은 바위’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곳이다. 응회암을 제주 사람들은 돌이 썩었다고 생각했다. 누렇게 색이 바랜 모습의 화산재층은 과연 그렇게 보인다. 또는 ‘누룩돌’이라거나 ‘누룩바위’라고 불렀다.
도두마을 포구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두봉과 포구의 경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도두봉 오름에 대해서는 붉은 송이(scoria)로 되어 있는 원추형 모양의 분석구로 오름이라는 설명 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두봉은 분석구가 아니고 바닷속에서 분화한 수성화산으로 응회환이나 응회구에 속하는 화산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