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노인층이 피해를 당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정보에 비교적 밝다는 20~30대마저 속절없이 사기에 걸려들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분석한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은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해 피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70대가 24.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뜻밖에도 30대가 17.6%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40대(16.2%), 50~60대(13.5%), 20대(12.2%) 순이었다.
피해자 3명 중 1명이 20~30대 젊은 층인 셈이다. 범죄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교묘해지면서 누구라도 보이스피싱에 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과거 전화상으로만 이뤄지던 보이스피싱 수법이 ‘피싱 결합형 전화금융사기’로 진화(進化)한 것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 피해자(35.1%)보다 여성 피해자(64.9%)가 배 가까이 많았다. 여성의 경우 공감(共感) 성향이 강한데다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그만큼 빈번한 탓이다. 사칭 유형은 수사기관이 63.5%로 으뜸이었고 공공기관과 납치 빙자, 금융기관이 뒤를 이었다. 피해금액은 100만원~2000만원이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한 60대 여성은 6600만원의 거금을 피해보기도 했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면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고도의 지능적 사기(詐欺)’란 점에서 검거율이 무척 낮다. 지난해 발생한 74건 중 고작 1건만이 검거됐다. 그나마 사건이 해결됐다 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보이스피싱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란 걸 자각(自覺)하는 이외엔 특별한 해결책도 없다. ‘자나깨나 돈 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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