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는 지난해 2월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이 규칙은 업무추진비와 관련 의정(議政)활동과 무관한 개인적 사용 및 심야시간(오후 11시 이후) 사용 등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또 사용일시와 집행목적, 대상 인원수와 금액, 결제방법 등이 포함된 사용내역을 각 지출건별로 매 분기 1회 이상 제주도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도의회가 이 같은 규칙을 제정한 것은 자발적(自發的)이 아니라 따가운 눈총 때문이었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전국 시·도의회 청렴도(淸廉度)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평가 결과 제주도의회는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식사비나 선물, 현금 격려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사비의 경우 의정활동과 무관한 자택 인근이나 공휴일, 심야시간에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도민사회의 공분(公憤)을 사기도 했다.
도의회는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규칙을 제정하며 업무추진비의 ‘투명공개(透明公開)’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규칙이 제정된 지 1년여가 흘렀지만 그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제주도의회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 분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사용 시간과 장소 등은 쏙 빼버린 채 알맹이 없는 내역만 보여주고 있다. 마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이는 사용 내역서에 장소(상호) 등을 공개하는 제주자치도와도 비교된다. ‘뭔가 켕기는 게 있어 감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疑惑)도 그래서 나온다. 제주도의회의 연 업무추진비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합해 모두 2억2560만원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도의회가 정말 떳떳하다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