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존재(存在)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농업협동조합법 제13조에는 농협(지역)의 목적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첫째가 조합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그 다음으론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자금 및 정보 제공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地位) 향상을 증대시키는 게 바로 농협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적 의식을 뚜렷이 갖고 있는 농협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농민들의 대답은 ‘아니올씨다!’가 대다수일 것이다. 농협직원들의 안녕과 농협조직 확대 및 발전이 최우선이고, 정작 농민들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것이 오늘날 농협의 ‘불편한 진실(眞實)’이다.
최근 일부 지역농협이 ‘농약장사로 농민을 등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곤 분노가 치민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가 농업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3개 농약의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서귀포시 지역 농협의 경우 제주시보다 최고 20%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를 통한 농약 계통구매도 고작 20%대에 머물고 있었다. 그 이유가 농약 공급업체에서 주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을 더 받기 위해서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내적요인에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 등의 외적요인이 더해지며 우리의 농업 자체가 사활(死活)의 기로에 서 있다. 서로가 힘을 모아도 위기(危機)를 극복하기 힘든 마당에 농협마저 농민들을 ‘봉’으로 알고 있으니 이처럼 기막힌 일이 어디에 또 있는가.
농민들을 주인으로 섬기지는 못할망정 농협이 이래선 안 된다. 지금 벼랑 끝에 몰린 농업인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의지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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