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쌍해요,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너무 불쌍해요,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 박미예 기자
  • 승인 2015.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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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명예교사 강연 첫 날
아라초 4학년 3개학급 참여
“왜 잡혀갔어요” 질문 빗발
▲ 6일 오전 강춘희 4·3명예교사가 아라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4·3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고기호 기자 photo@jejumaeil.net

6일 오전 10시 40분 제주시 아라초등학교 4학년 3개 학급 학생들이 시청각실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4·3명예교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4·3평화·인권교육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4·3명예교사제를 도입했다. 그 첫 수업이 이날 실시됐다.

4·3희생자유족 17명으로 구성된 4·3명예교사는 6일부터 도내 신청학교를 돌며 4.3사건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아라초를 찾은 강춘희 명예교사는 4·3사건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온 자신의 가족사를 30여분간 풀어놓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행방불명이 됐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날이 아니라 태어난 날에 제사를 드리고 있죠. 오라리 방화사건 때 처음으로 불이 붙은 곳이 저희 집이에요. 음식, 옷을 동네 사람들에게 얻어가면서 힘들게 살았어요.”

강 명예교사의 떨리는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4·3사건의 생생한 이야기를 학생들은 숨죽여 경청했다.

“옆자리에 있는 친구랑 서로 껴안아보세요. 사랑스럽죠? 따뜻하죠? 서로 꼭 품어 안고 이해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게 용서고 화해에요.” 강 명예교사는 아이들에게 화해의 모습을 제시하며 수업을 마무리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아이들은 “사람들은 왜 잡혀갔어요?” “마을사람들은 왜 반격을 안 했어요?” “어느 지역 사람들이 많이 잡혀갔어요?”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4·3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강연이 끝난 후 강 명예교사는 “한때는 입 밖으로도 못 꺼내게 해 가슴에만 담아뒀던 4.3 이야기를 시대가 흘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면서도 “교육 대상이 저학년이다보니 진정한 아픔,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전달할 수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아라초 김민건(11) 학생은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4·3사건이 일어났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유도 없이 맞고 끌려간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슬펐다”고 말했다.

현승민(11) 학생은 “4·3사건이 일어났던 지역이 너무 불쌍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아라초 관계자는 “학생들이 4·3사건 이야기를 유족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고 미움, 두려움, 원망보다는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느끼길 바라면서 이번 수업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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