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국내선 제주에만 분포
당당한 숲의 구성원
목련 국내선 제주에만 분포
당당한 숲의 구성원
  • 제주매일
  • 승인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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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신 연구사의 제쥑물이야기
⑧목련과 백목련

크고 하얀색 꽃. 항상 높은 담장위에서만 ‘봄’의 존재를 드러내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쓰임새가 많아서 ‘문학’또는 ‘명상’의 소재로 쓰인다. 또한 ‘약’과 ‘차’로도 쓰이는 이 식물은 바로 목련이다. 200여가지 종류의 목련은 꽃잎의 수가 다른 식물들보다 많으며, 수술의 수도 다수이면서 긴 꽃대를 가지며 꽃을 이루는 기관들의 나선형 배열하다는 점 등으로 원시적인 분류군의 하나로 취급하기도 한다.

국내에 도입된 종류 중에는 이른 봄에 피는 종류가 많지만, 여름에 피는 목련도 간혹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리포수목원이 400여 종류를 수집해 전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목련학회가 있어 다양한 품종에 대한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최근에 알려진 종류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등학교에 전달한 잭슨 목련나무(Jackson Magnolia tree)가 있는데, 이 목련 묘목은 미국의 제 7대 대통령 앤드류잭슨 전 대통령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레이첼 여사를 기리며 백악관에 심어 잭슨 목련으로 불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상징이 된 목련으로 유명하다. 

▲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목련.

■주택가 조경용은 중국 원산지 ‘백목련’

우리가 알고 있는 목련속(Magnolia) 식물에는 백목련(白木蓮)과 목련(木蓮)이 있으며, 꽃이 자주색인 자목련, 백목련과 비슷하지만 꽃잎의 바깥쪽이 자주색이 자주목련을 비롯하여, 흔히 보긴 힘들지만 상록성인 태산목 같은 종류들이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목련 종류는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중국이 원산으로 도입돼온 식물이라 자생지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목련은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국내에는 제주도에만 자라 그 분포가 매우 제한된 희귀식물이라 할 수 있으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자생지는 한라산 낙엽활엽수림지역으로 해발 약 400m 이상 800m 이하의 지역에 주로 자란다. 한라산 중턱에서 시작하는 크고 작은 하천변에도 보이며, 드물게 곶자왈지역에도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경수인 백목련은 주로 독립수로 키워진 경우가 많지만 목련은 숲속에 자라기 때문에 개화기 외에는 그 명확한 실체를 확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백목련과 달리 당당한 숲을 구성하는 일원으로 자리잡은 목련의 존재가 더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두 식물은 차이는 꽃잎에서 볼 수 있는데 백목련은 꽃잎이 6개이며 겉에 붉은 줄이 없이 흰색인데 반해 목련은 꽃잎의 수가 6-9개이고 꽃잎 밑부분 겉에 붉은 줄이 있는 점이 다르다.

백목련은 흔히 가정집이나 공원의 조경수 등으로 널리 쓰이는 종류로 이른 봄, 잎이 채 나오기 전에 피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목련은 한라산의 낙엽활엽수림지역에 자라는 종류로 백목련보다 꽃은 조금 작은 듯하며, 어린잎들도 같은 시기에 펼쳐지는 특징이 있다.

목련은 백악기에 출현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만큼 원시적인 식물이다. 꽃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꽃들의 암술과 수술이 벌이나 나비가 날아와 꽃가루받이를 하기 좋도록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것과는 달리 제대로 분화가 되지 않은 딱딱한 암술과 수술이 꽃 한가운데 뭉쳐 있다.

꿀샘도 없다. 지구에 출현한 지 가장 오래된 속씨식물의 하나인 목련은 벌이나 나비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난 곤충(딱정벌레)을 유인해 꽃가루받이를 해온 전통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련은 자신의 꽃술을 딱딱하게 발달시켜 딱정벌레가 꽃술 사이를 헤집고 다녀도 망가지지 않도록 생존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꽃술의 이 같은 모양은 목련과에 속하는 모든 식물의 공통적 특징이다.

▲ 백악기에 출현해 지금까지 남아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만큼 원시적인 식물인 목련.

■백악기에 출현 지금까지 ‘살아있는 화석’

목련의 꽃은 다른 나무들의 꽃과 비교해 보며 매우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중 목련 정도의 큰 꽃을 가진 식물은 드물다. 비슷한 규모의 꽃을 가진 식물은 아마도 거의 대부분 목련과(科)의 식물일 것이다.

한라산 깊은 산에 피는 함박꽃나무가 그렇고 자생식물은 아니지만 태산목, 자목련, 백합나무 등이 그렇다. 목련종류들은 꽃을 피울 때 까지 두터운 외피를 3 - 4차례 벗으면서 개화를 준비하며, 비로소 하얀 꽃 봉우리가 보이면 그 긴 준비의 끝을 보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개화기간은 15일 내외로 좀 짧은 편이라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그나마 나무밑바닥을 덮고 있는 순백의 꽃잎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식물학계에서는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목련이라는 식물명을 사용한 이래 거의 이명(異名)이 없는 대표적인 식물이기도 하다. 간혹 목련은 백목련과 대비해서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산목련, 백목련은 흰가지꽃나무라 하기도 한다. 영명은 유란(Yulan)이라 하며, 흔히 꽃봉오리가 붓과 닮아서 목필(木筆), 한약에서는 이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고해 다양한 약재로 활용되고 있다.

▲ 자주목련

중국에서는 백목련 꽃이 북쪽을 향해 핀다고 해서 북향화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훈장 중 동백장보다 아래등급으로 국민훈장 목련장(木蓮章)이 있다. 국민훈장의 상징물의 하나로 이용될 만큼 목련꽃에 대한 애정이나 깊이 있는 시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시나 수필 등 다양한 문학작품의 소재로 많이 이용되는데, 아마도 개화기간이 짧은 편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꽃은 깊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길을 걷다 모르는 이의 집 담 너머에 활짝 핀 목련꽃을 보면 봄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사람 마음 속까지 순수의 백색으로 채워준 하얀 목련꽃의 여운은 긴 시간을 두고 기억할 것이며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하게 해 주는 존재일 것이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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