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 4·3이 올해로 67주기를 맞이했다. 그 동안 4·3문제의 해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이들의 노고로 지난해 국가추념일 지정과 동시에 첫 번째 추념식을 봉행한지도 1년이 되었다. 먼저 4·3로 희생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긴 세월 고통 속에 살아오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올해부터 4·3추념식은 행정자치부 주최로 봉행되고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한 첫 4·3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1회 수상자로 재일 조선인 작가 김석범 선생이 선정돼 그 의미가 더 큰 해다. 김석범 선생은 4·3을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1957년 4·3과 관련한 최초의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1976년부터 20여년간 ‘화산도’를 일본 문예지에 연재하는 등 4·3진상규명과 평화·인권 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분이다.
현대사에서 가장 처참하고 서글픈 희생의 역사인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그간 도민들과 유족들은 참으로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한 노력으로 2000년 4·3특별법 제정부터 2008년 4·3평화재단의 설립,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까지 주요한 현안들이 조금씩 이뤄졌다.
현안 해결의 초석이 됐던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그간 국회의원으로서 부단히 애써왔다. 그 결과 개정안 부대의견에 따라 4·3희생자 국가추념일이 지정되고, 4·3평화재단을 통해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해 국가가 생활지원금 보조를 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4·3 피해자와 유족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치유하기 위한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도 건립돼 현재 4·3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로써 4·3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맞지만 당초 국회에서 발의하고자 했던 내용들과 유족들의 염원이 다 담기지 못했다. 여전히 완전한 해결을 위해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시작된 4·3희생자 유해 발굴 사업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단돼 있고, 발굴된 유해 396구 중 309구의 신원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제주4·3유적지 보존·복원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19곳이 ‘우선 정비해야 할 곳’으로 선정됐지만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이들 유적지가 사실상 방치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4·3희생자 재심의 논란을 비롯해 보수단체들의 ‘4·3흔들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제주4·3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게다가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현안과제 해결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이 절실하다. 이미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 실무위원회’를 필두로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에 대해 공식 제안이 있었으나, 보수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올해도 참석이 불발됐다.
4·3은 역사적인 의미와 더불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대로(大路)다. 이미 국가추념일 지정으로 국가적 차원의 역사적 결단은 내려졌다. 대통령은 조건 없이 이 대열에 함께 해야 한다.
4·3은 제주도민과 유족들에게 한 맺히고 뼈저린 역사이자, 시련이다. 한 단계 한 단계 도민과 유족들의 힘으로 아픈 역사를 딛고 나아가고 있지만, 67주년을 맞이한 지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길을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그리고 온 국민 모두 함께 걸어 나가야 한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새로운 역사가 이뤄지고 전 세계의 모범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4·3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인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그 날까지 제주도민들과 함께 쉬지 않고 정진해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