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뻔한 여성정책팀 왜 만드나
‘옥상옥’ 뻔한 여성정책팀 왜 만드나
  • 제주매일
  • 승인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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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자치도 산하에는 굵직한 여성 관련 조직이 여럿 존재한다. 우선 도보건복지여성국에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부서인 여성정책과를 비롯해 지난해 1월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주특별자치도여성발전 기본조례를 근거로 설치된 여성특별위원회도 가동 중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경우 정책개발실에만 박사급으로 1명의 실장과 3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제주여성 및 가족과 소통하는 체감도(體感度) 높은 정책개발’이 재단설립 목표다.

조례에 의한 여성특별위원회(17명)는 도의회 의원 2명과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당연직으로 참여 중이다. 설치 목적 또한 여성정책 자문 및 정책 제안, 연구개발 기능 수행 등 다른 조직과 아주 유사하다. 지금도 기능 중복 등으로 혼선(混線)이 우려될 정도다.

그런데 이런 조직을 제쳐두고 제주도가 또다시 새로운 ‘여성정책팀’을 만든다고 하니 그 원인과 배경이 의심스럽다. 가칭 ‘체감형 여성정책 개발을 위한 TF팀’은 공무원 20명과 민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다. 주 1회 정책워크숍을 개최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일 및 일·가정 양립(兩立) 환경조성을 위한 체감형 여성정책 개발을 담당한다는 복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TF팀은 임시 조직으로 도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해 도출된 내용을 시행해보자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연구원 등과 역할이 중복되지 않는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제주형 여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내세운 명분(名分)치고는 참으로 구차스럽기 짝이 없다. 어느 조직인들 도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계획을 수립하는 곳이 있는가. 보다 알찬 계획을 세우려면 새 조직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따라서 ‘옥상옥(屋上屋)’이 될 게 뻔한 여성정책팀 구성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계획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나가는 실천(實踐)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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