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네 번째 맞은 ‘4·3證言 본풀이마당’
열 네 번째 맞은 ‘4·3證言 본풀이마당’
  • 제주매일
  • 승인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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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증언(證言) 본풀이마당’은 제주4·3연구소의 기획으로 2002년부터 시작되어 14년째 이어오고 있다. 평생 마음 속에 응어리진 한(恨)과 기억을 풀어냄으로써 자기 치유와 함께 ‘4·3의 진실’을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번 본풀이마당의 화자(話者)는 제주시 오라동 양치부·김순혜씨 부부. 다음은 4·3사건으로 후유장애인이 된 김순혜 할머니(78세)의 증언이다.

“군인들이 쏜 로케트탄의 파편 일부를 48년만에 제거했지. 파편 조각의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하더라구……. 조그만 인기척에도 깜짝 깜짝 놀랐는데 이 쇳덩이를 가슴에 안고 살아서 그런가 싶어.”

4·3사건 당시 12살이었던 김 할머니는 밭에 둔 소를 몰러 나갔다가 역사의 산증인이 됐다.  달리고 있던(도망가던) 남자 2명을 향해 군인들이 로케트포를 발사했는데 하필이면 할머니 옆에 떨어진 것. 이후 파편(破片) 제거 수술을 받고 결혼해 살면서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자식 여섯을 낳은 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 통증이 시작됐고 숱하게 병원을 찾았으나 ‘암(癌)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 할머니의 폐(肺)에 로케트포 파편조각이 박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수십년이 지난 1994년이었다.

양치부 할아버지는 4·3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특히 청각장애인이었던 어머니는 피난을 가던 중 토벌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銃殺) 당했다.

제주4·3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들의 증언이야말로 바로 ‘4·3의 진상(眞相)’이다. ‘혼돈의 시대가 낳은 비극의 역사’인 제주4·3이 내일이면 67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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