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인권 교육에 대한 바람
4·3평화인권 교육에 대한 바람
  • 김영환
  • 승인 2015.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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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관점 한풀이·명예회복 안돼
철저한 자기반성적 측면 바탕
4?3흔들기 명분 줘선 안될 것

성과주의·암기교육 우려
민주시민 길러내는 계기 희망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 없어

사실상 올해부터 도내 학교에서 ‘제주4·3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해 수많은 희생을 치른 대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가슴속에 맺힌 한을 일부나마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 환영할 일이다.

4·3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제삿집에서 삼촌들로부터 수시로 들었기에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잔혹했던 피의 광풍을 느끼며 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고, 군복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던 트라우마는 입대할 나이가 되도록 해소되지 않았었다.

대학생들에게 4·3에 대해 무엇을 교육하면 좋겠는지를 물었더니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교훈으로 삼아야한다”라고 답했다. 우리 모두가 그 동안 4·3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은폐·왜곡되어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사실적 기록과 교육의 방법에 대해서 몇 가지 우려를 갖게 된다.

4·3교육에 대한 주요 관점은 ‘한풀이’와 ‘명예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한 자기반성적 측면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4·3은 비단 국가 공권력의 잘못된 사용뿐만 아니라, 남로당의 무장봉기도 사건의 발단과 확대에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과 주민간의 무고와 보복에 의한 희생이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즉 4·3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큰 아픔이요 과오인 것이지 결코 항쟁으로 미화될 사건은 아닌 것이다. 제대로 된 ‘명예회복’은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고 교육함에 있는 것이지 미화됨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극우 보수단체에 4·3 흔들기의 명분을 주어, 오히려 우리가 교훈으로 삶아야 할 좌·우익의 대립을 다시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4·3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누가 덜 잔혹했는지 주장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한 쪽의 생각을 미화하며 사실이 왜곡되는 순간 평화와 인권의 본질은 사라진다.
모든 사람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 따라 느끼고 움직인다. 강사로 참여하는 사람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4·3 평화·인권 교육’은 국가공권력은 물론이고 어떠한 사회정의의 달성을 핑계로도 개인의 생명과 인권을 파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3 평화·인권 교육’의 좋은 목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의 현실은 암울하다. 단 1초의 사색도 허용하지 않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그 효과가 의문이다. ‘4·3 평화·인권 교육’조차 성과주의, 사실암기 위주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4·3 평화·인권 교육’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육이며, 좌우익의 극단적 대립이 우리를 어떻게 피폐화 시켰는지를 철학적 사색과 고민과 통하여 비판과 토론이 가능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6.25’와 ‘4·3’은 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시작된 동서냉전시대에 한반도를 두고 벌인 미국과 소련간의 충돌이요 대리전이었다. ‘4·3 평화·인권 교육’은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론 분열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를 알게 하는 교육이다. 냉혹한 국제정세와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인지하고 우리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인지케 하는 교육이다.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시민의 자격으로서 우리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무시하는 민족이다. 우리가 중국을 보고, 북한을 보는 시각은 또한 어떤가? 이러한 우리의 인식이 바람직한 것인지 반문하고 또 반문해 보아야 한다. ‘4·3 평화·인권 교육’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과 제주를 보는 눈을 심어주고 세계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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