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추념식 대통령 불참 ‘유감’
4·3 추념식 대통령 불참 ‘유감’
  • 제주매일
  • 승인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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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제6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결정됐다. 그동안 도지사와 도의회를 비롯해 4·3유족회와 제주재향경우회, 도내 여야 정당 등이 나서 대통령의 참석을 수없이 건의했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4·3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4·3유족과 제주도민은 지난해 4·3희생자 추념일이 지정되면서 현 정부의 4·3 해결 의지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시절 4·3에 대한 약속을 실천함으로써 완전한 4·3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실망도 크다.

지난 2000년 1월 12일 제주도민들의 숙원이던 4·3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진상조사보고서 채택과 희생자 선정 등 나름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까지 수많은 4·3 역사 왜곡과 폄훼, 소송 등 불필요한 소모전 또한 많이 벌어져 왔다. 4·3유족과 제주도민이 올해 추념식에 그토록 대통령이 참석을 바랐던 이유는 그동안 4·3으로 인한 케케묵은 이념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정부는 틈만 나면 국민대통합을 외치고 있지 않는가?

또한 필자는 불행한 시대가 낳은 국가폭력으로 고통을 감내해 온 희생자와 그 유족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차원에서 정부 수반으로서 공식 사과하기를 바랐다. 제주 4·3에 대한 국가 수반의 첫 사과는 지난 2003년 10월3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 이른바 ‘진보정당’ 출신 대통령의 사과였다. 하지만 이후 탄생한 ‘보수성향’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들은 ‘공식’ 사과는 커녕 위령제나 추념식 참석도 없었다.

특히 지난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약 최근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희생자의 재심의 때문에 참석을 못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청와대와 정부도 일부 세력이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4·3희생자 유족들은 4·3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상훈 박탈 등에 대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까지 배·보상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현 시점에서 4·3유족에 대한 일부 의료비 지원 외에 피부로 느끼는 복지 혜택도 없다. 앞으로 정부는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뒤틀린 학살의 역사는 우리 사회에 많은 상흔을 남겼고, 피해자나 가해자 집단 모두 역사의 희생자가 됐다. 하지만 그 희생자의 후세인 4·3유족회와 제주재향경우회는 몇 년 전부터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과거사 청산의 근본적인 목적은 희생자의 유족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화해를 통한 상생이다. 이를 실천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역사의 짐으로 나눠지고 가려는 독일의 태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1985년 5월8일 폰 바이체커 전 대통령이 행한 독일 항복 40주년 기념 연설, 1970년 12월7일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무릎을 꿇었던 일, 2013년 8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하고 헌화한 일 등 독일은 역사를 바로보고 행동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독일의 사례로부터 진정한 참회의 방법과 무게를 배워야 할 것이다.

무릇 제주사회가 4·3으로 인한 이념갈등을 겪는 것은 근본적인 상처 치유보다 그때그때 봉합해 순간만 넘기려는 얄팍한 술수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4·3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루속히 과거와 현재가 손잡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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