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생님들이 심기가 편하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머지않아 교사 평가를 새롭게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하였다. 어느 누군들 평가의 대상이 되는 피검자의 입장이 달갑겠는가. 하물며 그것도 자신이 직접 가르치는 학생과 또 그들의 부모에게서 평가를 받는다는 데야.
지금도 교사들은 근무평가를 받고 있다. 연말에 교장과 교감이 평가하고 있지만, 문제점이 많고 허술하다하여 새로 짜는 평가안에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을 평가자로 그 대상을 넓혀 2007년부터 실시한다고 한다. 교장과 교감의 눈치를 보아왔던 교사들은 이제 눈치 볼 상전이 더 늘어났다. 아니 눈치만 아니라 아예 비위를 맞추고 영합까지 해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었다. 교사의 존엄은커녕 알량한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뭉개졌다.
그림 한 장, 시 한 편 심사할 때도 평가 점수가 들쭉날쭉이다. 10쪽짜리 계획서를 심사할 때는 더 심하다. 이처럼 죽은 사물을 평가할 때도 그렇거늘 하물며 살아 생활하는 전문가를 평가하는 일이 그리 쉬운가.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능력, 학생에 대한 모든 지도와 상담, 학급 관리와 수업 여건의 조성, 동료교사와의 협조와 학교 교육과정의 수행능력, 행사의 기획과 추진력, 품위 유지와 교사의 권위, 성실성과 분별력 등 열거하기에도 끝이 없는 교사의 다양한 업무, 능력과 품성을 그것도 일 년에 단 한 시간, 수업참관을 한 학부모와 코흘리개 초등학생, 중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평가권을 맡기겠다니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
교육부가 정해놓은 학업성적관리규정을 보면, 중·고등학교 각 과목마다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은 ‘갗, 60이상~70점 미만은 ‘양’, 70~80은 ‘미’, 80~90은 ‘우’, 90점 이상은 ‘수’로 5단계 평가하도록 정해 놓았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60점은 꽤 높은 점수다. 고시를 비롯한 많은 시험에 낙방을 면하고 합격되는 점수지만, 중고등학교에선 ‘갗를 면하고 ‘양’으로 턱걸이하는 최하위 점수다. 정말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점수다.
앞으로 학생들이 매겨놓은 교사의 평가 점수가 60점 미만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학력 높은 인간으로 키우려면 학생들이 즐기는 당근만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때때로 싫어하는 채찍도 불가결하다. 이런 판에 선생을 평가한 학생은 자기의 채점을 자랑이라도 하듯 떠벌릴 것이고, 그 손에 의하여 평가된 선생은 졸지에 59점짜리 ‘갗 선생이 되어 학생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타다 만 부지깽이가 되고 말 것이다. 억울하지만 살아날 방법이 없는 마녀사냥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걸 예단하면서도 교직의 사명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는 돈키호테이거나 철없거나, 아니면 성인이다.
교사가 하는 일이 어디 수업뿐인가. 잡무나 공문서 처리만이라도 벗겨놓고 평가하겠다면 선생님들의 심기는 덜 불편했으리라. 지난 3월에 ‘족쇄를 풀자’라는 글을 본란에 쓰면서 선생님들에게 채워지는 족쇄를 풀어주고 신명나게 춤출 멍석을 깔아주자는 언급을 했듯, 오로지 학생지도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으로 선생님들의 기를 되살리지는 못할망정 무슨 생뚱맞은 굿판인가. 이제 어설픈 교사 평가제 도입이, 붕괴되려는 아슬아슬한 공교육에 헛된 망치질이 되어, 송두리째 박살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에 대한 평가는 당연하다. 그러나 당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여건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튼실한 평가위원의 공정한 평가라야, 평가받은 교사로 하여금 스스로 수긍하고, 부단한 자기연마에 임하게 될 때, 교사 평가제의 목적대로 교사 전체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 태 림<성산중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