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주4·3 추념식(追念式)’ 참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는 31일 “오는 4·3추념식에 대통령 대신 총리께서 참석하신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 이유야 어떻든 지난해에 이어 연이은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은 ‘국가기념일’ 지정의 의미마저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4·3추념식(위령제)에 국가원수가 참석한 것은 2006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도민과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4·3추념식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진일보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기정사실화된 듯 여겨졌다. 그것은 국가기념일 지정 또한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으로 국민대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보수와 진보를 폭넓게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통합시대’를 여는 역사적 단초(端初)가 될 터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정부가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갈등 비용’을 거론하며 대통합(大統合)을 부르짖고 있으나 말만 앞설 뿐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불참 배경엔 일부 보수 및 우익세력이 주장해온 ‘불량위패’ 등의 문제가 그 기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만약 사실이라면 그 ‘협량(狹量)의 지도력’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주속담에 ‘짐 진 놈이 팡(쉼터)을 찾는다’고 했다. 현재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은 제주도민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이다. 이제 도민적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4·3추념식’과 관련 대통령의 참석을 더 이상 ‘구걸’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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