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추념식’과 국민대통합
‘4·3 추념식’과 국민대통합
  • 김계춘
  • 승인 2015.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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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논쟁 및 公共갈등 해소
국민대통합 부르짖는 정부
말만 앞설 뿐 실천의지 없어

和解·相生 상징 ‘4·3 추념식’
박근혜 대통령 직접 참석
大統合 전환점으로 삼아야

지난 12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주최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4·3 도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최홍재 기획단장이 참석, ‘지금은 국민대통합시대’를 주제로 ‘함께하자! 대한민국’을 역설했다.

이날 최 기획단장은 ▲오늘 우리의 모습 ▲우리가 직면한 도전 ▲지금은 국민대통합시대로 나눠 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발표했다. 국토면적이 세계 109위이고, 인구 역시 25위에 불과함에도 ‘한국은 작지만 큰 나라’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기적은 끝났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를 인용하며 국민대통합(國民大統合)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관심을 끈 건 오늘 우리의 모습 가운데 ‘고도 압축성장의 그늘’과 ‘지속가능사회에 대한 우려’였다. 최홍재 단장에 의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대한민국이 ‘1위(位)’를 차지하는 항목은 무수히 많았다.

우선 최저 출산율과 최장 근로시간이다. 출산율은 1.29명이었고 근로시간도 연 2,090시간으로 으뜸이었다. 자살률이 증가하는 유일한 나라란 오명(汚名)도 뒤집어썼다. 사(私)교육비 부담과 남녀 임금격차, 저임금 노동자 비중 및 노인 빈곤율도 수위를 차지했다.

OECD의 ‘2013년 삶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6.0으로 OECD 평균(6.62)보다도 낮았다. 급속한 무연사회(無緣社會) 현상 확산으로 오는 2031년엔 ‘부음(訃音) 쓰나미’까지 우려될 정도다. ‘제1의 성공조건은 돈’이라는 인식도 지난 1998년 35.8%에서 배 가까이 높아졌다.

특히 ‘갈등 상황’에 이르러선 최홍재 기획단장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갈등 비용이 연(年) 82조~246조원에 이른다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 축은 역사·이념 논쟁 및 민과 관이 충돌하는 이른바 공공(公共) 갈등이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념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는 ‘제주 4·3’이다. 또한 공공 갈등으론 ‘강정 해군기지’를 꼽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과연 현 정부는 이의 해결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왔을까.

‘제주 4·3’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국민대통합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과거사(過去事) 화해와 치유를 통한 갈등 해소 및 국민공감대 형성이라는 취지로 출범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4·3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제주 4·3의 경우 정부에 의해 특별법이 제정되고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러 국가추념일(國家追念日)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지난해 개최된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67주년을 맞는 올해 추념식 참석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 4·3은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을 통한 갈등 해결의 모범적인 사례다. 국민대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에도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그토록 정부가 갈등 해소를 원한다면 이념 갈등의 대명사인 4·3 추념식 참석을 대통령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혹시라도 일부 우익 및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불량위패(不良位牌)’ 때문이라면 더욱 더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남아공(共)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역사(歷史)와의 화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27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한 백인정권 사람들을 용서하고 포용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감옥 문을 나선 뒤에도 내가 계속 그들을 증오한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증오심을 내려 놓았다.”  

화해와 상생, 그리고 대통합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전환점(轉換點)이 될 박근혜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을 정중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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