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며느리의 화해와 상생
희생자 며느리의 화해와 상생
  • 제주매일
  • 승인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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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복희 제주시 노형동

필자는 지난해 4·3사건 희생자 며느리 진료증을 교부 받고 병원에 갈 때마다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무릎관절로 인해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 온열매트의 온기가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새삼 한 번도 뵌 적 없는 시아버님의 은혜를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4·3사건은 이데올로기 싸움에 제주도민 모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 슬픈 역사적 사실이라 들어 알고 있다.

요즘 4·3사건 재조명에 대한 의견이 연초부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3사건 대상자 재심이 결정됐다는 보도를 듣고 필자는 먼저 좌·우로 치우치지 말고 화해와 상생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정립하고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4·3사건 며느리로서 혜택만 볼 것이 아니라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4·3평화재단을 찾은 적이 있다.

담당자에게 며느리들이 모여 유족 치유의 주체성을 갖고 희생자 스스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봉사할 수 없는지 의견을 제시했는데 벌써 유족 부녀회가 조직돼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새삼 4·3사건의 유족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우리 며느리들이 할 일은 각자 가정에서 유족의 아픔을 치료하는 온열매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4·3사건 추념일쯤에 사건에 연루된 문서를 화해와 상생을 위한 뜻을 담아 역사적 자료로 영구히 보관해 줄 것을 바라며 제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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