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설립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당시 법적 설립근거 부족 및 연구 중복 등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여성계의 오랜 염원(念願)’이란 여론몰이까지 하며 설립을 강행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여성 및 가족 관련 사업을 위탁받아 자체 수행하겠다던 설립 취지와는 달리 외부 용역(用役)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본 과제 6건 중 4건을 공동조사 혹은 공동연구라는 미명 하에 외부기관에 용역을 줬다. 또한 수행 과제의 경우에도 결과가 뒤늦게 발표되면서 도정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연구원측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3월말 설립된 이후 인력 채용과 조직 구축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는 것. 그리고 8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 지금의 성과를 도출한 것은 나름대로의 역할(役割)을 다해왔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시간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과연 여성가족연구원이 각종 기관이 위탁하는 사업을 외부 용역 없이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능력 없이는 앞으로 사업을 위탁받는다 하더라도 외부 용역(이른바 하도급)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 뻔하다.
여성가족원의 또 다른 문제는 자립(自立)과 관련된 재정 부분이다. 제주도는 자체 예산 10억원과 금융 및 경제계에서 20억원을 출연받아 30억원을 조성하겠다고 호언(豪言)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됐다. 그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애당초 금융·경제계의 20억원은 상호 협의도, 법적 근거도 없는 제주자치도의 일방적인 계획이었다. 왜 제주도가 이를 숨기면서까지 여성가족원 설립을 서둘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홀로서기 위해서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위탁 사업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끔 조직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이런 제반 여건이 충족되고 제 역할을 다할 때 여성가족원의 위상(位相) 또한 설립취지에 걸맞게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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