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주민투표 실시 방안이 거의 굳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도내 정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 '계층 구조를 하나로 모을 당시는 어디에 있었나'라는 불만을 뒤로 한 채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제주도당은 26일 오후 7시 당 사무실에서 '올바른 제주형 자치모형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역시 당 소속 도의원 회합을 통해 제주도의 혁신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또한 특별자치도에 깊숙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은 27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계층구조는 결국 도민이 선택할 사안"이라고 전제 한 뒤 다만 "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계층구조 개편 혁신안에 반대하는 이해관계를 모두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가를 중심으로 '백가쟁명(百家爭鳴)' 양상이다.
'원칙적인 논리 다툼'을 하는 정가의 움직임과 함께 시장. 군수 및 기초의원 출마희망자들과 도민들은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도지사 및 도의원'선거만 실시되는지 여부를 궁금해하는 형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의원들은 어떻게 되나.
당초 제주도가 혁신안을 제시하면서 주민투표로 결정짓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전개한 주민설명회에서 반대논리가 불거져 나왔다.
행정계층을 줄일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 자체가 줄어들 뿐 아니라 공무원 숫자 감소로 지역 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치게 되며 주민의 참정권을 스스로 저해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 등으로 집약됐다.
제주도는 이에 '지원 감소 및 공무원 감축'은 없다고 장담했다.
이러한 다툼 속에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시장. 군수 선거 및 기초의원 선거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것에 모아졌다.
혁신안은 제주시. 서귀포 시장 임명제와 기초의회 폐지를 담고 있는 탓이다.
주민투표로 '혁신안'을 시행하게 될 경우 현직 시장. 군수 및 기초의원이나 출마희망자들은 '포기하거나 아니면 격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주요 정당들의 입장은.
도지사와 당을 같이하는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 대부분은 '혁신안은 현행 법체계에 맞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모 의원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한다는 것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자체가 출장소급으로 격하된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제주도지사는 도지사가 아니라 지역 소통령(小統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망하던 열린 우리당도 입을 열었다.
26일 개최한 정책감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개편작업을 맹비난했다.
열린 우리당 내부에서는 제주도가 오답을 도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주도당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 나왔다.
민주노동당 김효상 위원장은 "당초부터 당론으로 계층구조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며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복안은.
오인택 혁신담당관은 가정임을 전제로 "혁신안이 받아들여지면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못 박았다.
26일부터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실시하는 최종 여론조사결과에 제주도정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강행할 만큼 도민 인지도가 충분한지를 포함 혁신안 및 점진안 지지도 차이가 어느 정도 되는 지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제주도 역시 '혁신안'이 다소 어정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하루아침에 확 바꿔버리기 보다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당분간 제주시. 서귀포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제주도는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 혁신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분석하는 계층과의 제휴모색을 통해 '혁신안' 지지율 높이기를 내부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제주도는 혁신안이 선택되기만 한다면 우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능을 '슬림화'한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주민자치위 기능을 대폭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운영하다 보면 결국 '시'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대신 광역단체와 '현행 읍면동체제( 지역과 인구수를 감안해 10여개로 나눈)'를 직접 연결하는 계층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를 '조정한다'는 방안으로 '계층구조개편 찬성계층'을 설득시킨다는 것 또한 주민투표 실시를 앞둔 제주도정의 속내로 풀이되고 있다.
홍 원영 기획관리실장은 "정부의 계층구조 개편안을 따라하다 보면 제주도는 결국 전국 60여 자치단체 중 한 곳으로 전락하게 된다"면서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일반 자치단체 등 체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선점해야 가능성이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주민투표로 결정짓는 방안밖에 없다"고 강조, 제주도가 계층구조개편을 '외길 수순'으로 여긴다는 점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