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 교육차 4박5일 방문
다문화가족 대상 프로그램
‘같은 나라 사람’ 이해 기회도
한국 생활에 대한 행복·희망
소중한 것은 가족과 자녀
작은 일에 감사하는 사람들
지난해 겨울 방문했던 추자도에서의 감흥이 지금도 새롭다. 우리 국제가정문화원은 지난해 12월 추자도를 방문, 일련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섬주민들을 위한 다문화 이해교육과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 및 임신·육아·출산 교육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한 ‘찾아가는 도서지역 다문화이해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늘고 있는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린이집·경로당 등을 찾아 각국의 풍습 및 전통놀이 등을 알리며 ‘다른 나라’ 사람에서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된 서로의 이해를 돕는 기회도 가졌다.
추자에서 ‘아름다운 나’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과 미래의 꿈을 표현하는 시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당신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부분 “하늘만큼, 땅 만큼”이라고 답했다. 추자도에 걸맞게 “바다만큼 사랑한다”는 표현도 있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모두가 ‘가족’이라고 답했다. ‘아기’ 또는 ‘사랑하는 딸’ 등 구체적으로 답하는 이도 있었다.
사뭇 진지하게 진행되었던 일정이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에 대해서는 ‘내 집 마련’과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태풍주의보가 내리면 외부 출입이 어려운 곳, 그래서일까 배움의 욕구가 강하면서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어려운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그 다음날에도 주의보가 내렸다. 그래서 장시간 머물면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지역주민을 위한 다문화 인식교육을 비롯한 다문화 패션쇼, 다문화음식 체험 등 추자면민과 함께 어울리는 ‘한마음 큰잔치’였다. 큰 행사를 하면서 기상 관계로 행사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추자도의 경우는 특히나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이 어려운 여건을 해결해주는 큰 힘이었다.
“공부하는 시간이 없어서 한국어 말 어려워요”라는 이주여성들의 한결같은 ‘민원’에 하루 이틀 조심스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 자녀 교육도 쉽지 않다고 걱정이 컸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참여율도 높았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겼다. 자녀를 동반해서 함께 공부하기도 하고 학습 장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오토바이에 태워오는 친구도 있다.
현실에 대해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어렵고 힘들지만 현실에 만족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가 머무는 4박5일간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현지에서 바쁜 일과를 쪼개어 한국어를 지도하는 박혜연 어린이집 원장님의 따듯한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추자도에서 음식도 감동이었다. 어두워서야 강의 일정을 마치고 한참을 봉고차로 이동하게 됐다. 깜깜한 밤에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방문한 곳, 베트남에서 온 투이 씨의 가족들이 10명이 넘는 우리 일행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싱싱한 삼치와 추자도만의 시원한 매운탕은 먹을 때마다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베트남 가정의 김OO 선주님로부터는 직접 잡은 삼치와 매운탕으로 대접을 받았다.
특히 다문화가족들을 위해 친정어머니 역할을 하시는 부녀회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시원하지 통하지는 못해도 마음은 하나였다. 이러한 적극적인 관심이 낯설고 힘겨운 삶을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다.
베트남 출신 D씨는 통역지원을 위해 동행했다. 먼저 결혼해 한국어를 잘하는 그는 추자도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삶에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다양한 교육 지원과 함께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만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나 뒤돌아봤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에겐 교육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과 함께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중요한 일정이 됐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생활하는 추자도의 다문화 가족들의 밝고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