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경주마 망아지 생산의 꿈
우수 경주마 망아지 생산의 꿈
  • 제주매일
  • 승인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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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수 제주대 교수·말산업 육성사업단장

요즘 남조로를 지나다 보면 말들을 싣고 가는 말운반차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말들은 한국마사회가 조천읍 교래리에 운영하고 있는 ‘렛츠런팜 제주교배소’를 가고 오는 길이다. 이러한 광경은 매년 3월초부터 6월말 사이에만 볼 수가 있다.

봄이라면 일반인들에겐 연상되는 것들이 많겠지만, 말 관계자라면 ‘망아지 분만의 계절’ 그리고 ‘종부’가 이뤄지는 ‘말의 사랑 계절’을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말의 사랑 = 암말의 번식성 불가사의’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암말은 정해진 계절이 아니면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여기서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은 번식과학용어로서 ‘발정’을 의미한다. 즉 암말이 임신할 수 있는 몸으로 준비가 돼 있고, 수말을 받아들일 상태와 그것을 수말에 알리는 현상이다. 암말이 번식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말처럼 어느 특정 계절에 번식성을 나타내는 동물을 계절번식동물이라 한다. 계절 번식성 동물들은 일조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일조시간이 길어지며 번식성이 나타나면 장일성(長日性), 그 반대이면 단일성(短日性)이라 표현한다.

말은 전형적인 장일성의 계절번식동물이다.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서 일조시간이 길어져 가면 암말은 양호한 발정이 나타나게 된다.

말 이외의 계절번식동물로는 면양과 산양이 있다. 그러나 면양이나 산양은 말과 달리 단일성의 계절번식동물로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일조시간이 짧아져 가면 양호한 발정 상태를 보인다.

계절번식성이란 망아지를 키우는데 적기에 분만할 수 있도록 암말이 번식시기를 조절, 수말을 받아들일 시기를 제한하고 있는 데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즉 망아지를 키우려면 어미말도 망아지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므로 분만은 ‘풀이 잘 자라는 봄’이 적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말의 임신기간은 약 11개월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봄에 사랑의 계절을 맞아 교배하면 망아지 키우기에 이상적인 다음해 봄에 망아지를 분만하게 된다. 단일성 계절번식을 하는 면양이나 산양도 같은 이유다. 짧은 임신기간이 감안된 습성이다,

암말은 일조시간이 길어지면 발정이 오는 시스템의 작동 기제는 눈이다. 낮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에는 눈으로 들어오는 광(光)자극이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시상하부의 ‘보는’ 자극과 밀접히 관련된 신경기관으로부터 성선자극호르몬이 방출되고, 그 호르몬에 자극된 하수체로부터 황체형성호르몬과 난포자극호르몬이 방출된다. 임신 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그러므로 암말에 있어서 빛이라고 하는 광자극이 사랑의 계절을 느끼게 하는 최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경주마생산에서 번식계절 중 가능한 빨리 분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수개월 빨리 태어나는 것으로 당세마, 1세, 2세라는 각 시기에서의 성장도가 유리해지고, 그것이 각 시기에 실시되는 경매에서의 가격에도 반영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동세대의 말이 데뷔하는 2세마의 경주에서 성장도 높이에 따라 체력의 유리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효율적인 번식계획이 이뤄지는 것은 불필요한 종부행위가 감소된다는 점으로부터 번식암말이나 씨수말도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 특구인 우리 제주도에선 경주마 암말들의 분만과 종부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번식계절을 맞아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나름대로 명마 망아지 생산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쁘다. 우수 경주마의 망아지 생산 부푼 꿈이 농가마다 꼭 이뤄지고, 그것이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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