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추념식 등 감안 앞당겼지만
꽃망울 이제나저제나 ‘전전긍긍’
도민들 “축제 의미 반감” 지적도

제주 봄의 서막을 알리는 왕벚꽃축제 개막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왕벚나무들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아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왕벚꽃축제 기간이 벚꽃의 절정 시기와 맞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축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로 24회째 맞이하는 왕벚꽃축제가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제주시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일원에서 열린다.
제주시는 기상청의 봄꽃 개화 시기 예측 자료와 제주4·3 사건 희생자 추념식 등을 고려해 올해 왕벚꽃축제 기간을 이 같이 정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근 5년 사이 왕벚꽃축제 중에서 가장 이른 것으로,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12일이나 앞당긴 것이다.
그런데 제주시는 왕벚꽃축제 일정별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왕벚나무들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이날 왕벚꽃축제가 열릴 제주종합경기장 주변을 확인한 결과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 왕벚나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왕벚꽃축제와 동시에 제11회 서사라문화거리축제가 열리는 전농로 거리는 물론 연삼로, 제주대학교 진입로 등 다른 벚꽃 명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난 시민 양모(39)씨는 “벚꽃이 거의 피지 않았는데 축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축제 효과를 거두기는 커녕 관람객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는 왕벚나무들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이 축제를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4·3 사건 희생자 추념식 등을 고려하다 보니 왕벚꽃축제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며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절반 정도만 피어도 화사한 만큼 관람객들이 축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