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7>제주북초등학교

“나날이 배워 익히고 날로 생각하며 새로워라(日日學 日日新).” 교육의 힘이 국운을 좌우한다는 설립정신이 담긴 제주북초등학교(이하 제주북초)의 교훈이다. 1907년 설립된 제주북초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내며 제주 근대교육의 발상지로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108살이 된 제주북초는 이제 지역의 역사, 예술과 손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 제주북초의 역사
1907년 1월, 제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이자 제주북초등학교의 전신인 제주관립보통학교가 설립됐다. 초대교장에는 당시 제주군수였던 윤원구(尹元求)가 취임했다. 학교 건물은 제주목사가 객사로 쓰던 영주관 부속 건물을 이용했다.
1938년 4월에는 제주공립심상소학교로 이름을 바꿔 용담간이학교를 설립했고, 1941년 4월 제주북공립국민학교로 개칭, 같은 해에 고등과 2년제 남자부 1학급을 설치해 중등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1940년대에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입학시험을 치르기도 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이 재수, 삼수한 후 다시 도전해 입학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1951년 6월, 이름을 제주북국민학교로 바꾸고 제주북국민학교 맹아분교를 설립했다.
1967년에는 재일제주인 김영수씨가 도서관을 건립·기증함에 따라 도내 최초의 학교 도서관인 김영수 도서관이 탄생했다.
1954년 4월에는 12학급을 분리, 제주서국민학교를 개교했고 1996년 3월 제주북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2007년에는 생활기록부, 교과서, 트로피, 사진 등을 전시한 학교 역사관을 건립하고 기념탑을 세웠다.
이렇듯 학교의 이름과 규모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지만 제주북초인들의 자부심은 변함이 없다.
제주북초는 1910년 첫 졸업생 26명을 배출한 뒤 현재까지 모두 2만4590명에게 졸업장을 안겨줬다. 제주북초 졸업생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제주북초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제주북초인들에게 있어 학교는 모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제주북초 총동창회에서는 한 가정에서 2대(代) 이상의 제주북초인이 탄생할 경우 2대 제주북초 가족상, 3대 제주북초 가족상 등을 수여하고 있다. 학구가 달라도 자신의 자식, 손주를 제주북초에 보내겠다는 동문들도 있다.
나경욱 제주북초 학부모 회장은 “제주북초 졸업생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아이를 같은 학교에 보내고 있다”며 “제주교육의 효시라는 역사적 가치와 동문간의 두터운 신의가 제주북초에 대한 긍지를 강하게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제주북초의 오늘
제주북초는 1980년대 3055명의 학생이 다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지역 재배치, 외곽지 주택지구 건설 등으로 원도심 지역의 인구가 줄면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 현재는 248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러나 제주북초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심 공동화 학교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교육활동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펴고 있다.
제주북초는 지난해까지 운영한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4~2015년 2년 연속 우수학교로 선정됐고, 지난달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한 해 5~6학년 학생들은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고 방과후 자기주도학습실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협약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학습장과 생활계획표를 기록하며 자기주도 학습방법을 배웠다.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실현하기 위해 독서논술교육, 생활영어 중심 영어회화교육 등도 진행했다.

“자, 이거 몇 번 줄이에요?”
“1번 줄이요.”
“이건?”
“3번 줄이요.”
“좋아요. 1번 줄부터 소리내봅시다”
“끼기기기긱” 바이올린이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타고 서툰 비명을 내지른다.
지난 20일, 4학년 학생들은 바이올린 하나씩을 품에 안고 연주의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서로의 연주 모습을 곁눈질하며 소리를 내는 데 열심이었다.
제주북초는 올해부터 음악시간을 10시간 늘리고 바이올린 대상 학년을 확대한 ‘혼디락 1인 1악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1학년은 리듬악기, 2학년은 실로폰, 3학년은 리코더, 4~6학년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아울러 2013~2015년 교육부가 지정한 학생뮤지컬학교로 선정돼 제주북초DREAM 학생뮤지컬단을 운영 중이다. 제주북초DREAM 학생뮤지컬단은 지난해 전국학생예술교육페스티벌 참가, 제주교육문화축제 축하공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뮤지컬 문화콘텐츠 관람사업 찬조 공연 등을 펼치며 그 가능성을 빛냈다. 학교는 교육부 지정 학생뮤지컬학교 선정 기간이 끝나는 내년에도 제주북초DREAM 학생뮤지컬단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즐거운 학교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지원하는 행복나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법무부 지정 법체험 인성교육 우수학교로 선정,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 영재학교, 독서논술교육, 미술치료수업, 인성실천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임정렬 제주북초 교장은 “학생, 학부모, 지역민의 실태와 요구를 반영한 ‘혼디락(樂) 참교육’을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며 “이를 통해 배움이 즐거운 학교, 끼가 넘치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아이들, 미래를 디자인하다
제주북초는 제주4·3사건의 시발점이 된 제28주년 3·1절 기념식(1947년 3월1일)이 열렸던 역사적 공간이다. 또, 제주북초 주변에는 관덕정, 제주목관아지, 향교 등 여러 역사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고, 도심 공동화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예술인 마을도 조성되고 있다.
제주북초는 이러한 지역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 올해부터 지역민과 손을 잡고 ‘아이들, 골목을 디자인하다 - AH!(Art&History) 진로체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 아이들이 예술적 적성과 소질, 흥미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심 공동화 지역 예술인 마을과 MOU를 체결해 도예공예, 가죽공예, 목공체험, 붓글씨 쓰기, 판화 등 13가지 예술 직업 체험을 벌인다. 이후 페스티벌을 열어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예술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제주북초는 학생들이 역사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 진로체험을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은 제주북초 안 역사 체험, 문화재 탐구, 박물관내 다양한 직업 분야 탐구 및 박물관 체험, 교과서속 역사 기행, 모충사 참배 등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1994년 자매결연한 일본 기타쯔루하시 초등제주북초 학생들과 작품 교류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정렬 교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은 제주북초와 지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부터 진행하는 AH! 진로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제주북초와 원도심의 새로운 100년을 디자인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제주교육의 발상지라고만 하면 아이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 적을 것”이라며 “다양한 역사, 예술 교육을 통해 제주 원도심의 중심 제주북초등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제주북초 가족상이 넘쳐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웃음 지었다.
"구도심 공동화에 학생 줄지 않게
'제북'만의 특화교육과정 운영"
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제주북초등학교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대해 임정렬 교

장은 “학생 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제북만의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교장은 끼를 키우는 도전.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위해 5樂(지킬락, 배울락, 펼칠락, 키울락, 도울락)의 ‘혼디락(樂) 참교육’을 올해의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올해 제주북초는 혼디락(樂) 1인 1악기 연주. 제북Dream학생뮤지컬,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 골목을 디자인하다’ 등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임 교장은 “제주교육의 발상지로써 아이들이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 작지만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교장은 “적은 학생 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자기주도 협약 및 캠프 운영, 유례카 노트, 영어 일기, 제주어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북초는 ‘북바리들의 열린 입 열린 귀 열린 눈이 되는 주간 제북 어린이신문’을 발행할 계획이다.
임 교장은 “학교 주간 신문은 아마 도내 최초가 아닐까 싶다”며 “어린이 기자단 등을 구성해 주간 제북 어린이신문을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