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悲劇’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悲劇’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계춘
  • 승인 2015.0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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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
창문만 봐도 갇힌 아이들이…”
‘세월호 義人’의 한맺힌 하소연
            
‘대한민국 改造’ 약속 불구
하루가 멀게 대형사고 ‘펑펑’
‘징비록’에 담긴 뜻 되새길 때

“다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심지어 창문만 봐도 세월호 안에 갇힌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지난 20일 경기도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치료차 떠나며 남긴 김동수(50)씨의 한(恨) 맺힌 하소연이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구조해 ‘파란 바지의 의인(義人)’으로 떠올랐었다. 그런 그가 지난 19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자택에서 자해를 했다. 다행히 가족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참사(慘事) 이후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수씨는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곳저곳 병원치료를 다니느라 정부 지원금으론 모자라 카드 대출도 받았다.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고3 딸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씨를 더욱 괴롭히는 건 정작 생활고(生活苦)보다 주변의 시선이다. 세월호가 모두 해결된 것인 듯 사람들이 “왜 그때의 일을 아직도 못 잊느냐”고 말할 땐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자해(自害) 당시의 상황도 털어놨다. “몸이 따로 논다. 손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체할 수 없었다”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제주화물기사 20여명 중 상당수가 김씨와 같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에도 갔고 도청에도 가서 하소연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이 먼저고 생존자는 뒷전이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무엇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들의 하소연 속엔 갑갑한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회한(悔恨)이 응어리져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돼 간다. 미증유의 대형 악재가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개조(改造)’를 부르짖었고 국민들도 ‘집단 성찰(省察)’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했던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는지 유가족은 여전히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다. 9명은 아직도 ‘실종자’로 처리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온갖 부조리(不條理)를 품은 채 가라앉은 세월호는 현재 인양계획마저 없이 깊은 바닷 속에 처박혀 있는 상태다.

올해 1월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볼썽사나운 정쟁(政爭)과 갈등은 ‘세월호 이전’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세월호 사건도 세월(歲月)이 약이던가. 그 사이 대통령과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의지는 간 곳이 없다. 그것은 국민안전처 신설에도 불구 하루가 멀다 하고 펑펑 터지는 대형사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경 헬기 추락사고가 난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22일엔 강화도 캠핑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가 개조는 커녕 ‘안전 불감증(不感症)’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조차 없다.

최근 KBS 1TV에서는 임진왜란을 다룬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방영 중이다. 당시 영의정으로 왜란(倭亂) 7년을 온몸으로 겪은 류성룡이 집필한 ‘징비록(懲毖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시경에 지난 일을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 하였으니 이것이 징비록을 집필한 이유다. 백성들이 떠돌고 정치가 어지러워진 때에 나 같은 못난 사람이 나라의 중책을 맡아 위태로움을 바로잡지 못하고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떠받치지 못하였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중략> 근심과 두려움이 조금 진정되어 지난 일을 생각할 때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징비’는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삼가는 일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공직자와 정치가, 더 나아가 우리 국민들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자세다.

‘세월호 비극(悲劇)’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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