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나오기전 노란 꽃망울…봄철 ‘숲의 연예인’
잎 나오기전 노란 꽃망울…봄철 ‘숲의 연예인’
  • 제주매일
  • 승인 2015.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⑦노랗고 알싸한 향기의 생강나무
▲ 생강나무 열매. 검정색으로 익은 열매는 기름을 생산할 수 있어 오래전부터 유용한 재료로 쓰여 왔다.

조용한 숲길을 걷다보니 향긋한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잠들어 있던 크고 작은 나무들의 꽃과 겨울눈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면서 활기찬 기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나무로는 생강나무, 길마가지나무, 산수유, 매실나무 등이 있다.

생강나무는 산수유와 함께 이른 봄에 핀다. 아직 잎이 나오기도 전에 솜털을 벗고 노란꽃망울을 먼저 터트리기 때문에, 개화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아마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봄을 대표하는 연예인처럼 수도 없이 카메라 세례를 받는 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했다.”는 구절에서 노랗고 알싸한 향기의 주인공은 붉게 피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바로 생강나무다.

 

비목

저지대 숲 가장자리·곶자왈 등에 분포

생나무는 녹나무과(科)의 식물이다. 우리가 알기에 녹나무과 식물들은 녹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센달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성 큰키나무들이 대부분이며 더욱 낙엽성이면서 작은키 나무인 생강나무와는 분명 다른 종류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녹나무과에는 생강나무처럼 낙엽성인 종류가 감태나무(백동백나무), 비목, 털조장나무 등이 있다. 이 중 감태나무는 백동백나무로도 불리는데, 상록활엽수림이나 저지대의 숲가장자리, 곶자왈 등에도 분포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는 비목나무가 있는데, 해송임지나 숲 가장자리 등에 많이 볼 수 있다. 열매 모양만 놓고 보면 이 종들이 왜 같은지 문외한도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어린가지를 꺾으면 생강향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증상에 약재로도 쓰이며, 어린잎의 경우는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검정색으로 익는 열매는 기름을 생산할 수 있어 오래전부터 유용한 재료로 쓰여 왔다.  생강나무의 학명은'Lindera obtusiloba Blume'이다.


영명은 'spicebush', 'spicewood' 등으로 불리는데, 향신료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강나무에서 나는 향은 다양한 향기성분들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용하는 생강과 유사한 향을 만들어주는 주성분은 펠란드렌과 유데스몰 등이며, 그 외에도 미르센, 테르피노레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요 부위별로 보면 꽃보다는 잎이나 줄기에서 더 다양한 성분들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향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물질에 있어 유사한 물질도 있지만 생강과 생강나무는 차이가 분명하게 있으며, 이에 따라 약리적인 부분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아진다. 

▲ 생강나무 암꽃.

생강나무종류는 아시아나 북아메리카 등에 주로 분포하며, 생강나무속(屬)에는 약 100종류가 알려져 있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국내에는 제주도에서 중부지방에서 분포하고 있다. 생강나무는 이가화(二家化)여서 암수 딴그루로, 꽃은 피었지만 열매를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게 된다. 자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암그루보다는 수그루가 많은 편이며, 꽃의 크기도 조금은 수꽃이 큰 경향이 있다. 생강나무의 개화시기는 보통 3월 초부터 피기시작하면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4월까지 이어진다. 꽃은 노란색으로 암꽃과 수꽃 구분을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연필굵기 정도의 가지에 잎이 없이 노란꽃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양으로 특이하다. 작은 원처럼 보이는 꽃은 하나의 통꽃이 아니라 수십 개의 꽃잎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모인 갈래꽃이다.

▲ 생강나무 수꽃.

생강나무의 잎은 3-5개정도로 갈라지는 특징이 있어 유사한 종류들과는 구분이 쉬운 편이지만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좀 애를 먹을 수 있다. 신엽이 나 올 때는 부드러운 털로 덮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며, 3개로 갈라져 있는 다자란 잎도 조금은 귀여운 느낌이다. 이러한 잎의 모양은 자라는 지역별로 변이가 많은 편으로, 우리나라에도 기본종인 생강나무 외에도 둥근잎생강나무, 고로쇠생강나무, 털생강나무 같은 품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다양함을 짐작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미있고 독특한 생강나무를 보기위해서는 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란다고는 하지만, 민가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는 없는 종류로 중산간 이상 오름의 숲이나 임도변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강나무 혼자 단독으로 자라는 경우는 드물며, 교목층이 어는 정도 모양을 갖춘 숲에 자란다. 계곡의 사면도 좋아하며 주로, 다른 큰키나무의 밑에 자라 2m 내외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지형에 따라서는 4m 정도까지 자라기도 한다.

생강나무는 나무에서 생강냄새가 난다는 흥미로운 특징도 있지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개화특성으로 인해 오랜 세월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식물이다. 무엇보다 소박한 꽃으로 화려함은 없지만, 진한 향과 더불어 꽃, 잎, 열매 모두 아낌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요긴한 나무여서 더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