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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위, 비판기사에 보복 감행
자신들 올린 예산 예결위서 삭감
복사본 돌리며 억울함 호소 코미디
공감없는 예산권 행사는 폭력
감정적 ‘분풀이’ 정당화 안돼
도의원들 성숙한 인격 갖추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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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코미디였다. 치졸하기까지 했다. 도의회의 ‘예산 보복’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일부 의원이 연출했다. 지난 제주도 추경예산 심사에서 극(劇)이 펼쳐졌다. 자신들을 비판한 기사를 문제 삼아 본사 주최의 행사 사업비를 대폭 삭감했다. 예산결산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맹활약(?) 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특정 언론사 예산만 삭감하면 안 된다”고 이성적 대응을 주문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문광위 소속 예결위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뜻을 관철시켰다. 존재감과 힘을 보여줬다.
이번에 도의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며칠 전 상임위 심사에서는 “괜찮다”며 예결위에 예산을 올린 당사자들이 다른 상임위 의원들의 만류에도 앞장서서 칼질을 해댔다. 도의원들이 예산을 가지고 장난질하는 일단(一端)이 포착됐다. 감정에 눈이 멀어 체면은 안중에 없었다.
문광위 소속 예결위원 2명은 문제의 기사 복사본을 예결위원들에게 돌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예산 삭감을 역설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소아병적(小兒病的) 작태다.
기사가 어떠했든 예산 삭감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예산 편성과 증감의 기준은 사업의 타당성이다. 기사 때문에 예산을 삭감한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도의원과 의정(議政)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사는 문광위 의원들이 상임위 예산 심사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도의원들이 기사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예산으로 대응한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 억울하면 언론사에 항의하든가 정정보도 청구를 하면 된다. 도의원들은 공인(公人)이고, 도의회는 공기관이다. 공식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함이 마땅하다. 조자룡 헌칼 쓰듯 예산권을 휘둘러 보복한 것은 어의없는 처사다. 스스로 도의원의 격(格)을 떨어뜨렸다.
도의회는 예산 심의·결정권을 갖고 있다. 돈줄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그 권한은 공익(公益)을 위해 써야 한다. 사익(私益)이나 개인 분풀이에 사용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예산권 행사는 일종의 폭력이다. 힘없는 민간단체는 돈줄이 막히면 질식할 수도 있다.
도의원들의 행태로 봐서 이런 사례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자신들에게 밉보인 인사나 단체의 사업비를 옥죄는 예산 심사가 오래전부터 진행됐을 수도 있다.
더구나 최근 직전 도의원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주고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일도 발생했다.
예산과 관련한 도의원들의 권력 오남용(誤濫用)에 대한 사회적 감시 강화가 절실하다. 집행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한계가 있다. 의회 내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회의 내부통제가 더 효과적이다. 양식 있고 양심 있는 도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매년 예산철이면 ‘증액예산 떡반 나누기식 조정’ 등에 비판이 쏟아지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도 예산사태를 자정(自淨)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혈세(血稅)를 가지고 폼을 잡으며 시민 위에 군림하려는 속물(俗物) 행태가 의회 내에 자리 잡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도의원 자신들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24년째다. 주민들의 욕구사항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행정기능도 날로 복잡·전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방의회 및 의원에 대한 권한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광역의회가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선 집행부 견제 등 지방의회 운영 활성화가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제도보다 사람이 먼저다. 도의원들이 성숙한 인격과 자질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