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 경쟁력을 위한 제언
제주농업 경쟁력을 위한 제언
  • 제주매일
  • 승인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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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옥 제주도의회 FTA대응특별위원장

제주도 농지의 99%는 밭이다. 즉, 제주의 밭은 제주농업의 핵심자원인 것이다. 더불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논보다도 오히려 밭이 생물의 다양성과 유전자원 보전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밭 농업의 중요성과 인식이 과거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의 가장 큰 피해는 밭 농업이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과수중심의 한·칠레 FTA와 축산 중심의 한·미 FTA 및 한·EU FTA에 이어 한·중 FTA의 중심축은 밭작물이 될 전망이다. 우리 제주의 피해가 불을 보듯 훤하다.

당장의 한·중 FTA 대응책뿐만 아니라, 제주농업의 새로운 미래 준비 차원에서도 밭 농업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밭작물의 한·중 생산비 격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생산비가 중국의 3~4배인 상황이다. 제주농업이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농업부는 농기계 구매 금융지원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농가들이 농기계구매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전액 보조하는 동시에 농기계 구매에 40만위안(한화 약 7200만원) 보조 등이 골자다. 한·중 FTA를 염두에 둔 조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지원이다. 농업인의 일거리 보장 차원에서 농기계 도입을 꺼리던 중국이 농업을 산업으로 인식, 적극적인 농기계 경영에 나선 신호탄인 셈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반해,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밭농업 농기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한계에 직면해 있는 느낌이다. 지난 2000년 68%이던 논농사 기계화율이 현재는 94.1%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화가 됐지만, 밭농사의 경우에는 2000년 27% 수준에서 이제야 55.7%에 이르렀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밭 농업 기반이다. 밭농업 중 규모화됐다는 과수 농가의 호당 평균면적이 0.8㏊에 불과할 정도로 소규모다. 1.5㏊ 이상 농가의 비중도 11%에 머물고 있어서 기계화 기반이 취약하다.

또한 60세 이상 농가의 비중이 61%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 대형농기계를 다루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소형농기계를 다루기가 용이한 것도 아니다. 밭농업에 이용하기에 적합한 농기계를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현재 콩·감자·배추·고추·마늘·무·고구마·잡곡 등 주요 밭작물의 기계화율은 46∼72%로 천차만별인데, 품목에 따라 같은 농기계를 사용하기 어려운 점도 농기계 보급을 제한하는 원인이다. 농사지으려는 품목에 따라 농기계나 별도의 부속품을 구해야 하고, 그나마도 작업에 편리하지 않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

특히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파종·이식·수확용 농기계 개발이 취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밭작물의 파종과 정식작업은 4%, 수확작업은 12% 수준으로 기계화가 매우 저조하다. 결국 인력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고, 노동력 투입에 따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전가돼 밭작물의 경쟁력은 더욱 취약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노력과 성과도 있다. 제주에 적합한 무청채엽기나 소형목재파쇄기를 개발해 보급하고, 고령농과 영세농을 위한 소규모 농기계 도입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농기계 R&D 연구개발비가 전무하다는 것은 미래 산업으로의 농업을 고려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농정분야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농기계 연구개발 사업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농기계 분야를 포함한 밭 농업의 연구·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며, 이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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