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고심 재판 ‘변호사 필수’ 입법안
국민 변론권 보장 등 찬성론
사법 서비스 개선도 기대
지갑 털어 변호사에게 반대론도
자기 결정권·선택권 보장돼야
결국 졸속 개정 및 도입 안돼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의 도입 논쟁 등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논란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보자는 데 있었다.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 쉬운 말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서는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제도다. 어휘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변호사 강제주의’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변호사 강제주의 관련 논란은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등이 그 도입 등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12월에는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국회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같은 당 출신 홍일표 의원 등 168명이 유사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아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두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대법원이 심판하는 사건에서 당사자는 소송수행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한다. 국선대리인의 경우는 국고에서 보수를 지급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갚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상고심 재판에서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이다.
이날 한 발제자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국민에게 강제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시켜 변호사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고, 서민의 지갑을 털어 변호사에게 주자는 것으로 업계의 밥그릇만 보장해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국민의 변론권이 보장되고, 사법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또 경제적 약자에게는 국가가 국선 또는 공선 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와 맞서 법률 소비자 측 인권연대 관계자는 “소송 지식이 부족해 불이익 당하는 경우가 많다면 재판이 더 쉬워져야 하고,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마땅하다”며 반대 입장을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소송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제한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헌법학계의 한 학자도, “변호사를 반드시 선임토록 한다면 경제적 지위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가 차별될 수 있다”며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변호사업계 일각에서조차 “변호사 강제주의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법률구조제도가 활발해지면서 사건 당 수임료가 내려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살펴본다. 필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변론권과 사법서비스가 보장되거나 개선되는 것이고, 나홀로 소송은 변론권이 보장되지도 않고 사법서비스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 법원이 그런 곳이었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그런 논리로 논란의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려 함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제 아이폰이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하기만 하면 유사 판례나 소송관련 각종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고학력 사회에 세상은 나날이 변해가고 있는데, 입법론자들이나 찬성 측 마인드는 과거에 고착되어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경험으로 미루어 변호사 강제주의는, 재판의 차별화를 확대시켜 사회적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변론권이 보장되거나 수준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닌 것이다.
결론은 모든 소송당사자는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인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나홀로 소송을 하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든 그것은 오로지 그들 개인이 결정하고 선택할 몫이지 타에 의해 강제되어서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 즉, 법률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변호사 강제주의, 졸속 개정으로 도입해서 안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