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영철)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반성문’을 내놨다. 그동안 개발공사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고백(告白)’이었다.
김영철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 진단을 통해 확인된 문제점들을 두루 밝혔다. 먼저 제주삼다수의 경우 생산시스템의 혼란과 안전재고 목표관리 부재(不在), 마케팅 전략 및 영업대응력 미흡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 이로 인해 삼다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11년 48.6%에서 2013년 37%로 3년 동안 무려 11.6%포인트나 하락했다는 것이다.
삼다수 수출 역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일본 시장은 기존 업체와 거래를 끊고 검증도 안 된 업체와 독점계약을 맺었으나 성과는 커녕 불신(不信)만 초래했다. 3억7000만원이란 광고 홍보비를 투입한 중국지역 실적도 총 계약 물량의 1.9%인 1700여톤에 그치고 있다.
제주맥주 사업도 실패(失敗)로 진단했다. 맥주사업은 미국 브루클린사와 함께 추진했지만 성과가 시원치 않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2의 호접란’을 우려한 도의회의 반대 및 부대의견도 무시됐다. ‘불공정·독소 조항’이 삽입된 협약 체결과 관련 공사 이사회가 반대하고 실무진에서도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오히려 담당 팀장을 보직 발령내는 ‘오기(傲氣)’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남아있는 것은 예견되는 법적 분쟁뿐이다.
대표적인 신규 사업으로 꼽던 ‘프리미엄 생수(한라수)’ 사업은 아예 접기로 했다. 당초부터 이 사업은 공사로선 해선 안 될 일종의 ‘사기(詐欺)’나 마찬가지였다. 삼다수와 같은 물이면서도 용기만 다르게 해서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3배나 높은 가격을 책정했으나 똑똑한 소비자가 속을 리 만무하다. 결국 ‘소비자 우롱죄’로 수십억원의 혈세(血稅)만 날린 셈이다.
개발공사가 반성문은 내놨으나 ‘통렬함’은 없었다. 백번 양보해 사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사업들은 대부분 시행 이전부터 결과가 뻔히 보여 반대가 심했는데도 공사는 이를 외면하고 사업을 강행했다. 그런데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 ‘선거 공신(功臣)’을 요직에 앉히는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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