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왜 이러나?
제주한라대, 왜 이러나?
  • 김계춘
  • 승인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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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부여하는 보직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말라” -제주한라대학교(총장 김성훈)가 지난 12일 직원들에게 보낸 ‘동의서’ 내용이다.

이는 업무상 중요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직책인 처장과 본부장, 부장, 실장, 팀장, 반장 등의 보직 인사에 대해 사실상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 이에 앞서 한라대는 10일에도 대학평의원회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를 과반수 단체 및 조합으로 한정하려는 내용의 동의서를 보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교지부(지부장 이준호)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 측이 우월적인 갑(甲)의 지위를 남용해 을(乙)의 지위에 있는 직원에게 부당한 보직 임명이나 해임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대학은 직원을 대학운영의 동반자(同伴者)로 인식해 공정하고 민주적인 대학 운영체계를 확립하라”고 요구했다.

제주한라대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3월 한라대 교수협의회와 전국대학노조 한라대지부가 창립된 이후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3년째 치열한 공방(攻防)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疑惑)만 하더라도 대학입시부정과 교비 전출, 토지매입 부당거래 등 무려 20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등 강수(强手)로 일관했고, 구성원들은 부당인사 처리에 반발하며 구제신청과 효력정지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급기야 이달 2일엔 ‘한라대학교 총장 퇴진·사학비리 근절·학내 민주화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까지 꾸려졌다. 공동행동에는 제주도내 23개 시민단체 및 정당, 전국 9개 교육단체가 참여 중이다. ‘한라대 사태’가 지역 차원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제기한 사학(私學)비리 의혹이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가운데 오히려 그 당사자들을 무자비한 탄압으로 입막음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준호 한라대 노조지부장은 “대학의 위상과 책무를 뒷전으로 한 채 외형 확장을 통한 ‘돈벌이 비리(非理) 백화점’으로 한라대가 전락하고 있다”며 “총장은 개선은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 측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고, 제기한 사항들 대부분이 이미 다 해명됐거나 종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의 행동은 ‘대학 혁신(革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서로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상대방을 마주보며 폭주하는 기관차를 꼭 빼닮았다.

 필자가 아는 제주한라대는 취업 등 모든 면에서 ‘작지만 알찬 대학’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의 ‘명문(名門) 사학’으로 우뚝 서기도 했다. 하지만 덩치가 차츰 커지면서 각종 구설에 휩싸였다. 그리고 작금에 이르러선 ‘뜨거운 감자’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원인은 자명하다. 이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소통(疏通) 부재다. 대학 설립자가 총장을 역임할 때엔 다소 소통이 부족하더라도 ‘강한 카리스마’로 부족함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2세(世) 총장체제에 이르러선 그 이점이 사라졌다. 더욱이 젊은 총장에게 걸었던 큰 기대가 무너지면서 실망감 또한 더 커졌을 것이란 게 대학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라대가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끝 모를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땅콩 회항’으로 대변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철없는 ‘갑질 횡포’로 대한항공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궁지에 몰렸고, 우리의 국격(國格)마저 크게 훼손된 결과에서도 적나라하게 입증된 터다.

제주도민들은 아직도 한라대를 사랑한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 주변의 감언(甘言)에 휘둘리지 말고 김성훈 총장이 사태 해결에 직접, 그리고 적극 나서야 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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