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농협·도매인조합 등 협약 ‘선언적 의미’ 우려
올해부터 강제착색한 감귤이나 비상품 감귤을 공영 도매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에 출하된 농수산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매거부를 할 수 없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규정하고 있어서 비상품 감귤의 도매시장 퇴출에는 적잖은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도와 농협 제주본부(본부장 강덕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입협회, (사)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 등은 지난달 23일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강제 착색·비상품 감귤 도매시장 유통 근절을 위한 상호 협력 증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과 단체는 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3년 동안 화학약품을 이용해 강제로 익힌 감귤과 비상품 감귤의 도매시장 반입 등 유통 근절을 위해 상호 협력기로 했다.
도매시장법인들의 경우 강제착색 감귤과 비상품감귤은 경매가 이뤄지기 전에 출하자에게 반품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도 비상품 감귤에 대해서는 수탁을 거부하고 청과(생귤)로 유통에 나설 것을 결의하고 제주도에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렇게 감귤 생산자단체와 소비지 도매시장 법인, 중도매인 등이 한 목소리로 강제착색·비상품 감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나섰지만 농안법의 ‘수탁의 거부금지’ 조항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안법 제38조는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은 유통명령 위반과 출하자 미신고, 안전성 검사 기준 미달 등의 경우에 해당되는 않을 경우 입하된 농수산물의 수탁 및 위탁받은 농수산물의 판매를 거부·기피하거나 거래 관계인에게 부당한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이 강제착색 감귤이나 비상품 감귤을 경매에 상장시키지 않고 바로 반품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조항이다.
지난달 협약을 체결한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서울 가락동 (사)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에서 제1차 실무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농안법의 ‘수탁거부 금지’ 조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민원이 제기될 경우 도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결국 생산자단체 등을 통해 강제착색 감귤이나 비상품 감귤을 출하하지 말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방안이 여전히 가장 유효한 방법인 셈이다.
농안법 개정 등을 통해 수탁거부가 가능해지지 않는 한 지난달 체결한 협약은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매시장에서 섣불리 수탁이나 위탁판매 거부를 했다가 예상치 못한 파장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도매시장에서 수탁거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 도내에서 농가와 상인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도매시장에서도 법적인 부분을 떠나 비상품 퇴출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