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도 못 찾는 담배꽁초의 처량한 신세
제 집도 못 찾는 담배꽁초의 처량한 신세
  • 제주매일
  • 승인 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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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익재 제주시 노형동주민센터

요즘 들어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목격되는 길 잃은 담배꽁초의 서글픈 모습들이 왜 이다지도 애처롭게 다가오는 것일까?

아마도 제 갈 곳을 못 찾는 처량한 신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원인은 담배꽁초가 가야할 곳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인도하는 양심 없는 주인 탓임에 틀림없으리라.

흡연자의 가슴 속 따뜻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담배는 제 한 몸을 불사르며 흡연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난 뒤에는 차창 밖을 통해 찻길로 내팽개쳐져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수십 수백 번 죽임을 당한 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납작한 모습으로 수거돼 쓸쓸히 사라진다.

음식점 입구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정다운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환각제로서 제 역할을 다하다가 결국에는 길바닥에 버려져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 담배꽁초.

네 신세는 언제쯤이면 대접받고 네가 가야 할 안식처로 인도 될 런지 개탄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그전까지는 몸값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았지만 지금은 어엿한 한 끼 식사 값과 견줄 수 있는 값비싼 몸이 됐다.

담배의 변화된 지금의 위치를 생각해서라도 쉽게 홀대하지 말고 필요로 해서 욕구를 채운 만큼 담배꽁초가 가야할 재떨이나 쓰레기통으로 정중히 인도해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이다.

가슴 속에 품어 애지중지 하던 마음처럼 그 최후도 길거리나 혹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은폐된 장소,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하수구 깊숙한 곳까지 몰래 버려져 그 실체를 찾지 조차 못하는 신세가 되게는 말아 달라는 당부를 드린다.

이제는 어엿한 귀하신 몸이 된 만큼 피우고 난 뒤의 담배꽁초 대우도 격에 맞게 보금자리인 쓰레기통으로 돌려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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