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산물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믿음
제주농산물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믿음
  • 제주매일
  • 승인 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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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장

농산물 안전성 문제는 농(農)과 식(食)의 괴리,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는 것에서부터 발생된다. 30년 전만 해도 자신의 먹을거리는 자신이 직접 키웠기 때문에 어떤 토양에서 어떤 농약과 비료를 치고 재배했는지 등의 재배이력을 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농산물 수요처가 가정에서 식당·식자재업체·가공공장 등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는 농식품 재배·유통 이력을 알 수 없게 됐다. 맛깔스럽게 보이고,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각종의 색소, 식품첨가물과 보존재가 많이 사용되면서 소비자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특히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기생충 알 김치파동’처럼 값싼 수입산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공포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불안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더욱 증대시켜 기존의 소비방식을 대체하는 웰빙·로하스 열풍으로 이어져 친환경농산물·로컬푸드·친환경급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농식품 위해성 관리를 위해 친환경 인증·GAP 인증·전통식품 및 술 품질인증 등 인증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에 대응하고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원산지표시제·지리적표시제·양곡표시제 등의 농산물 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적합농산물 사전 차단을 위해 잔류농약검사·곰팡이 독소검사 등 안전성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제주가 유네스코 3관왕을 달성한 환경자산의 보물섬이라는 사실에 비해 농업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제주도가 단위 면적당 비료 사용량 전국 1위, 농약 사용량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주도가 가장 청정한 지역이라고 믿고 있는 소비자를 생각하면 화산회토라는 핑계로 자위하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취나물이 비료와 농약의 과다 사용 등으로 3년 작부체계에서 1년 작부체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은 제주농업의 어두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우울하다.

제주도정이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친환경 인증면적은 2014년 말 현재 2602㏊로 전체 경지면적의 4.1%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2017년까지 친환경 인증면적을 전체 경지면적의 10%까지 확대한다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제는 양분 보유력이 떨어지는 화산회토라는 토양조건, 병해충이 만연하는 고온다습한 기후조건, 무엇보다도 쉬운 농사로 쉽게 돈을 벌려는 농업인의 잘못된 의식 등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력히 추진하는 있는 GAP 인증품 생산량 확대정책으로 친환경 농정의 방향전환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수입농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한·중 FTA 타결로 국경이 없어진 농산물 시장에서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발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 농산물은 다른 지역의 농산물보다는 더 안전하다는 소비자 믿음에 기반해 소비가 이뤄지는 만큼 지금이 제주 농산물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최적의 시기이다.

또한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한 농가의 잘못이 제주 지역 전체 농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나의 행위가 곧 제주농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농업인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 소비자의 안심이 제주농산물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제주도를 안심농산물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GAP 등 인증농산물을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물론 인증 농산물 사후관리와 원산지 조사 등의 단속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엄정하게 법집행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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