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매일 9일자 3면엔 ‘21세기 블루오션 무슬림 시장 공략’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인즉 제주도관광협회와 (사)제주이슬람문화센터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문화이해 및 환대(歡待)인프라 조성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측은 도내 관광사업체를 대상으로 무슬림 문화에 대한 교육 및 할랄 인증 컨설팅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할랄’이란 ‘이슬람법(샤리아)에 허용된 것’이란 뜻. 주로 이슬람법상 ‘먹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 들어선 음식 외에도 화장품과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전 중동(中東)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새누리당 등 여권은 “에너지와 건설 등 하드웨어 중심의 중동 경제기반이 보건과 의료, ICT와 식품 등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정상회담에서 ‘할랄 식품’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두고서는 8조원에 달하는 할랄 식품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치켜세웠다.
제주도관광협회와 박 대통령의 공통점은 ‘21세기 블루오션’이라는 무슬림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생각해 보건데 이슬람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거의 무지(無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람 하면 ‘한 손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란 이미지가 우리에겐 강하게 각인(刻印)되어 있다. 포교를 위해서는 전쟁과 살육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종교란 인식이다. 그러나 코란의 어떤 구절에도 ‘한 손에 칼’ 등의 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슬람을 폄하(貶下)하기 위하여 기독교 중심의 서방 세계에서 퍼뜨렸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슬람은 우리에게 긍정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질들의 목을 무참하게 자르고 산사람을 철창에 가둔 채 불을 지르는 IS(이슬람국가)의 잔혹성(殘酷性)이 SNS를 통하여 퍼지면서 이슬람에 대한 경각심과 증오심은 가일층 증폭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IS는 이라크 북부 점령지에서 3000년 전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유적인 님루드를 불도저 등을 동원 파괴했다. 또 2000년 된 고대도시 하트라의 유적도 폭파하는 야만성(野蠻性)을 드러냈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이 로켓포로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연장선상이다. 죄도 없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인류의 공적(公敵)임을 다시 한번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IS 같은 세력은 전체 이슬람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과격 단체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 일본의 닌자(隱者) 집단이나 중세의 템플 기사단과 프리메이슨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슬람(Islam)은 ‘절대 순종’이란 의미다. 이슬람 신봉자를 일컫는 무슬림(Muslim) 또한 ‘절대 순종하는 자’라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수는 대략 12~13억 명. 세계 4대 종교 중의 하나로 세계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거대한 세력이다. 무슬림의 80~90%는 온건파인 수니파다.
이슬람교의 경전(經典)인 코란은 ‘평화와 선행’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를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느 집단이나 세력이든 ‘돌연변이’는 있는 법. 현재 악명을 떨치는 IS를 보고 이슬람과 무슬림 전체를 평가해선 안 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우선 상대방을 알고 자신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슬림 시장 공략에 앞서 이슬람 문화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바로보기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족(蛇足)을 붙인다면 필자는 결코 무슬림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톨릭 신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