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구촌 화두 ‘부(富)의 불평등’
21세기 지구촌 화두 ‘부(富)의 불평등’
  • 제주매일
  • 승인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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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준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40년전 대학에 진학할 때 경제학과를 선택하고서 나름 뿌듯했다. 사람들이 겪는 경제문제에 대해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이상’이 30여년의 ‘현실’을 거쳐온 지금은 부끄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전통경제학 이론은 명쾌했다.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투자를 동기를 부여하고 시장이 자유롭게 돌아가도록 제도정비를 하면 전체 경제가 성장하고 따라서 개인들의 소득과 복지가 나아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개인의 빈곤이나 소득 불평등 문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전통경제학은 개인이 가난해지면 돈벌기 위한 욕구가 커져 더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늘리게 되는 반면에 부유한 사람은 현재 소비에 만족을 못하고 더 많은 지출을 함으로써 시간이 가면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순환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가난은 국가가 나서서 도와줄 성질이 아니며 섣불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보조금을 주다가는 사회전체의 순환구조를 왜곡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잣집 아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아 더 쉽게 많은 돈을 버는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상속세와 누진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해왔다. 여기에 전통경제학자들은 다시 세금을 올리게 되면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려하고, 이에 따라 시장거래가 불투명해지므로 세율을 내리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불평등 문제에 대한 공방은 더욱 뜨겁다. 프랑스 경제학자 톰 피케티 교수가 250여년간의 주요국 자료를 바탕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한 ‘21세기 자본론’을 2013년 겨울에 출간한 것이 계기가 됐다. 피케티 교수는 장기간 관찰한 결과 자본이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자본가들이 노동자들보다 부를 더 많이 축적해서 이를 방치할 경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의 원인으로서 기술진보, 교육, 세계화, 대기업경영자들의 고액연봉, 4가지를 들었다. 이들 중 앞의 3가지는 전통경제학에선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적시한 것들이다. 다만 차이는 전통경제학에서는 경제를 키우기 위해서 기술진보와 교육투자를 늘리고 국제적으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데에 그친 것에 비해서 피케티 교수는 기술진보가 발생할 때 그 결과가 노동자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며 빈곤층자녀의 장학혜택을 늘려 고급교육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세계화도 마찬가지로 그 이득이 국제교류에 참여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에게 흘러 들어가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로슬링 교수 등은 빈곤층이 늘어나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면 근로동기를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생활비 상승과 기업의 생산비 인상을 가져오는 반면에 사회 전체적 구매력이 감소해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이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다만 자본가에 대한 일방적 공세에 대해서는 불편한 입장이다. 현재 미국 400대 부자중에 절반인 200여명은 당대에 창업을 해서 부자가 된 사람이고, 피케티 교수의 연구가 시작된 250년전에 땅을 물려받든지 해서 계속 부자로 남은 사람은 나머지 200명중 1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을 포함해 지구촌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21세기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부의 세습과 불평등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라는 점이다. 그러나 쉽지가 않아서 더욱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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