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가세···손드는 손님 무시하고 지나치기 일쑤

제주시민 정모씨는 지난 1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한참 동안이나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자신을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멀리서부터 손을 흔드는가 하면 인도에서 차도까지 내려가 버스에 탈 의사를 보였으나 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그냥 내달렸다.
그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제주시청 홈페이지에 하소연했다. 정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화가 난다”며 “분명 버스를 타려는 의사를 표현했는 데도 무시하고 지나갔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김모(32·제주시 이도2동)씨 역시 최근 비슷한 일을 당하면서 정류장에서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김씨는 “정류장에 사람이 있는 데도 버스가 그냥 지나쳤다”며 “승객을 무시한 채 달려가는 버스에는 양심 브레이크 조차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지역 시내·외버스 이용 불편 신고가 매년 증가하면서 ‘제멋대로 운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요금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발’인 버스 서비스 향상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내·외버스 불편 신고 접수 건수는 2012년 142건에서 2013년 156건, 지난해 37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버스 이용객의 상당수가 번거로움 등으로 불편 신고를 접수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불편 신고를 유형별로 보면 승차 거부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착 83건, 불친절 74건, 결행 20건, 부당 요금 2건 등의 순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청과 양 행정시 홈페이지에는 ‘버스 불친절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버스 무정차 너무 화가 납니다’ 등의 불편을 신고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버스 이용객은 2010년 4352만 명, 2011년 4617만 명, 2012년 4805만 명, 2013년 5114만 명, 지난해 5528만 명으로 5000만 명 시대에 재진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의 발’인 버스의 제멋대로 운행으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 관광 이미지 실추도 우려되고 있다.
관광객 장모(42·부산)씨는 “당초 버스를 이용해 제주 관광에 나서기로 계획을 세웠다가 승차 거부와 연착이 빈번하다는 말을 듣고 렌터카를 빌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주도의 지속적인 점검과 강력한 처벌은 물론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버스 불편 신고가 늘고 있는 것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제주도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버스 불편 신고가 늘어나면서 제주 관광에도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버스 불편 신고가 증가한 것은 콜 센터로 접수되는 민원이 모두 반영되는 등 통계를 집계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불편 신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업체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하는 등 철저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