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오름의 세계유산적 가치

제주도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3개의 보호지역에 동시에 등록된 자연의 보고이다. 2007년 유네스코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시켰다. 한라산을 비롯하여 만장굴을 포함하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성산일출봉이 핵심 보호지역이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하는 학술적 가치와 분야는 바로 다름아닌 제주의 화산지질학인 것이다.
제주섬을 형성시킨 어머니산인 한라산과 368개에 달하는 수많은 오름이 보여주는 다양한 화산 경관은 제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에서 유출된 많은 양의 용암류는 ‘빌레’라고 부르는 척박하고 거친 제주섬의 피부를 만들었고, 현재 남아 있는 화산체의 모습은 화산활동을 금방 끝낸 것과 같은 느낌으로 화산활동 당시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라산 주변에서 마치 어미를 따르는 새끼들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산재해 있는 수많은 새끼 화산인 오름들은 제주화산 형성사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다. 오름의 숫자는 단일 섬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분포이며, 분석구라고 부르는 단성화산체로부터 다량의 용암류가 유출된 사례도 세계적으로 드믄 현상이다.
또한 대부분의 오름들은 수만년 전에서부터 약 천년 전까지라고 하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최근에 형성된 화산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오름에서 유출된 특징적인 용암류는 최근에 분출된 용암이기 때문에 풍화를 받지 않아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형태의 곶자왈 숲을 만들었으며, 용암류가 흐른 곳의 지하에서는 특징적인 용암동굴들이 무수히 발견되고 있다.
결국 중산간 지대의 화산경관을 비롯하여 곶자왈, 용암동굴 등은 모두 오름이라고 부르는 제주만의 독특한 단성화산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곶자왈과 용암동굴이라고 하는 화산지형을 만든 모체가 오름이라는 말이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이라는 분석구에서 유출된 용암류 상에 일련의 동굴들의 연이어 형성된 사례다. 중산간지대의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지형 경사를 따라 해안까지 약 14㎞를 흘렀다. 용암류는 상류에서부터 벵뒤굴,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만장굴, 김녕굴, 용천굴 및 당처물굴을 하류로 가면서 연이어 배태하고 있다. 더욱이 해안 가까이에 형성된 당처물굴에서는 특징적으로 종유석과 같은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동굴내부의 이차생성물을 만들어내고 있어 아름다운 동굴경관을 창출해내고 있다. 어쨌든 이 용암동굴들도 역시 거문오름이라는 분석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또 다른 세계유산인 성산일출봉은 수성화산으로서 바닷속에서 분출한 단성화산체다. 해안가에서 반도상으로 바다로 돌출된 성산일출봉은 마치 성곽과 같은 형태로서 수성화산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화산경관을 보여주는 화산이다. 성곽과 같은 화산체 정상부의 형태는 분화구가 파도와 바닷바람에 의해 침식을 받은 결과 나타나는 형상이다.
수성화산은 보통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가 지표면 가까이에서 지하수와 같은 물과 만나 팽창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폭발하는 화산을 말한다. 성산일출봉의 경우는 수심 수m의 바닷속에서 폭발한 화산체이다. 섬 형태로 해안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었던 성산일출봉은 육계사주와 용암류 및 신양리층과 같은 화산퇴적층이 화산체 주변에 쌓여서 현재는 육지와 연결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분출하여 산을 만드는 과정을 화산(火山)이라고 한다. 제주도 화산형성 당시를 상상해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큰 규모의 화산이 제주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수십만년 동안 화산활동을 계속했다. 화산활동 중에 단성화산인 오름들도 만들어진다. 마그마가 한라산 주변에서 단성화산으로 지표면으로 분출할 당시, 그 곳이 한라산 정상부 주변인지 중산간지역인지 바닷가인지 알지 못한다.
화산이 분출하는 장소가 해안선 부근이거나 얕은 바닷속에서 분출한 화산체들은 수성화산 분출을 했다.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분포되어 있는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송악산, 수월봉 등은 모두 수성화산으로서 단성화산에 속한다. 따라서 성산일출봉도 결국은 오름이라고 부르는 단성화산이 만들어낸 화산의 결과물인 것이다.
결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는 화산이라는 테마를 가리키는 것이며, 그 대상은 바로 다름아닌 오름인 것이다. 오름을 모르고 제주 화산을 거론할 수 없다. 제주에만 특징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오름이 곧 우리나라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것이다.
제주에 산재하는 '독립된 작은 산'
‘오름 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그의 책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오름의 왕국 - 그렇다. 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오름이 없는 이 섬의 지형, 바람만 스산한 죽음의 황야 같은 섬의 땅을 섬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오름자락에 살을 붙여 뼈가 묻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촌락 형성의 모태가 되기도 했고 신앙의식의 터로서 성소시되어 와 지금도 그 품에 제터를 간직한 곳이 많다. 숱한 신화도 피워 냈다. 올림포스가 그리스 신화의 신의 거처라면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 신화의 신들의 고향이다.”
제주에서는 흔히 제주 사람은 오름에서 태어나고 죽어서 오름에 묻힌다고 한다. 이 말은 제주에는 그만큼 오름이 많고 제주 사람과 오름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름이란 무엇인가? 제주가 곧 오름인 것이다. 인문학적으로도 그렇고 자연과학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최근 유네스코 3관왕으로 대변되는 유산은 결국 제주의 자연이며, 그 중에서도 제주의 지질과 화산자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제주를 세계적인 보호지역으로 만든 주인공은 화산지질학적 유산과 그 경관으로서, 한마디로 그 대상 자원을 말하라면 그것은 당연히 오름인 것이다. 오름은 실제로는 뒤에 숨어 있지만 제주의 자연과 관광자원을 지지해주는 감춰진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금 오름의 가치를 재평가해야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김종철 선생은 오름이란 독립된 산 또는 봉우리를 이르는 제주 방언이며 그것은 곧 화산도(火山島) 제주도의 한라산 자락에 산재하는 기생화산들이라고 정의했다. 필자는 1997년 제주도청에서 발간된 ‘제주의 오름’에서 “오름이란 제주화산도 상에 산재해 있는 기생화산구(寄生火山丘)를 말한다. 즉, 오름의 어원은 자그마한 산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으로서 한라산체의 산록상에서 만들어진 개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소화산체를 의미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고 정의했다.
오름(분석구)의 3요소는 분화구(噴火口)·송이·화산구(火山丘)를 말한다. 오름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단지 인문학적 자원도 자연과학적 자원도 아니다. 다시금 정의해보면 오름이란 “제주도에 산재되어 있는 독립된 작은 산으로서 단성화산(單性火山)이다”로 하는게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