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아직도 농협을 버리지 않았다”
“농민들은 아직도 농협을 버리지 않았다”
  • 문근식
  • 승인 2015.0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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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동시 조합장 선거
유권자 가운데 진짜 농민 몇%?
농업인과 농민은 엄연히 달라

선거 앞둬 ‘짝퉁’ 조합원 양산
정치판 선거와는 다르다
농민 위해 조합 바로 세워져야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의 준말이다.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민 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오는 11일 전국에서 동시 선거로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한다. 물론 선거권을 갖는 사람들은 조합원이다. 그런데 “조합원이 100% 농민일까” 아니 “조합원 중에서 농민이 몇%쯤 될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농업인이란 농업 등에 종사 종사하는 개인을 말한다.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농업인이다. 우선 1000㎡(300평)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농지에 330㎡(100평) 이상의 고정식온실이나 버섯 재배사·비닐하우스 등 농업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여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사람도 농민이다. 그리고 대가축 2마리·중가축 10말·소가축 100마리·가금 1000마리 또는 꿀벌 10군 이상을 사육하거나 1년 중 120일 이상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농업경영으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사람이 농지법에서 정하는 농민이다.

그런데 “과연 300평짜리 농지에서 혹은 100평짜리 비닐하우스에서 과연 농사일을 하며 당당하게 나는 농업인라고 말할 수 있는 근간이 생길까” 또 “연간 판매액 120만원으로 과연 농사일이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농업은 낭만이 아니다. 절박함이다. 투잡(2 job)이 가능할 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그렇다면 “서류상 농업인과 진정한 농민의 차이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농업인이라고 다 같은 농업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에서는 조합원의 자격기준을 농지법에 의해 판단하고, 매해 수많은 조합원들을 가입시킨다. 조합구역 내 비거주자 또는 타 지역 이주자, 타 업종 종사자로 지금까지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 자,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자, 농사 실패 뒤 농사를 다시 지을 계획이 없는 자, 서류만으로 형식적인 자격 요건을 갖춘 조합원등 이른바 ‘짝퉁’조합원인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면 이런 짝퉁조합원 가입이 더욱 늘어난다. 이유는 눈에 보이는 요식행위이다. 조합장 출마와 관련된 다양한 관계들이 형성되고, 그 형성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조합장 선거 때만 되면 요동을 친다. 이번에도 그러하다.

싫든 좋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을 함에 있어 최선을 택하거나, 혹은 최악을 피하고 싶은 마음들이 많을 것이다. 지역에선 잦은 온갖 선거로 인해 분열과 갈등이 빚어지는 게 현실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는 정치선거와는 달라야 한다. 농민들에게는 바로 생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조합원들에게는 그냥 영혼 없는 선거일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은 저리 융자를 받고자하는 의미에서의 조합원 권리인 것이지 누가 조합장이 되건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협은 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농민을 위한 조합이 될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어떤 조합장은 농민이 아닌 조합원만을 위한 조합이란다. 그래서 농민들의 권익보다는 문서상의 농업인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을 주기위해 고민하는 듯 하다. 안타깝다.

농협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선거를 하지만, 정작 조합장은 농민의 권익보다는 표를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러다보니 농협은 농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농산물 제값 받고 잘 파는 협동조합 고유의 유통판매 사업은 뒷전이고, 금융사업을 통한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어 점포수를 늘려 “임직원을 위한 집단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진정으로 농민들을 위한 농협으로 바로 세워져야한다. 이쯤에서 조합장뿐만 아니라 농협에 속해있는 이사·감사·대의원들도 농업인이 아닌 진정 농민이어야만 할 것이다. 아직도 농민들은 농협을 믿는다. 농민들은 아직도 농협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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