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이다. 2014학년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주공교육계는 진보 교육감 선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교육계가 새로운 교육적 질서를 구축하느라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면 대학가는 각종 위법 의혹 제기와 행정기관의 조사 등으로 다사다난했다. 제주한라대학교 교직원들은 학교법인과 대학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고,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출석일수가 모자란 학생들에게 졸업자격을 부여한 문제로 내부 고발을 당했다.

■ ‘잘 나가는 대학’서 ‘꼼수 많은 대학’으로
제주한라대학교는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위기 사학(私學)’의 오명을 이어갔다.
두 해를 두고 제주한라대 사태에 차이가 있다면, 2013년에는 그해 출범한 노조·교수협의회와 학교 간 내부 불통문제가 2014년에는 대학 및 법인의 위법 학사운영 의혹이 기자회견과 감사원 고발, 제주도 및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외부로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민노총 제주본부와 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조 제주한라대학교지부(이하 노조)는 1월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교직원들이 인지한 제주한라대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사 청구 계획을 알렸다. 이들이 밝힌 감사 청구 내용은 총 20여건, 여기에는 앞서 계속 논란이 돼 온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의혹 외에 입시 부정과 해외 대학과의 복수학위 프로그램 불법 운영 의혹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한라대가 2014학년도 신입생 모집당시 보건의료계열에서 정원 외 특별전형 모집기준을 초과한 것을 확인했다. 초과 모집한 인원은 간호학과 66명 등 155명이었다. 같은 조사에서는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도 29명을 초과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노총 제주본부와 제주한라대 노조는 제주도 및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청구 내용과 사안의 경중에 비해 충분치 않다고 판단, 도감사위가 밝혀내지 못한 대학의 비리 의혹 일부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제주한라대 사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심도 있는 조사 없이 ‘수면 위 갈등 노출’ 국면으로만 전개되면서 외부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11월, 제주국제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제주관광대학교 교수 일동은 제주한라대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배임'과 '교란' '특혜'라는 강한 어감의 단어로 관할청인 제주도의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이들은 제주한라대가 제주도 대학설립심사위원회로부터 '마축자원학과'와 '마사학과'를 4년제 학위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정받았음에도 이들 2개과 4년제 전환을 이유로 다음 해 모집요강에 기타 6개 학과를 4년제로 추가 모집하고 있다는 내용을 ‘도마’에 올리는 한편, 감독기관인 제주도가 한라대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의 소지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실과정의를위한제주교수네트워크는 한라대의 잇단 비리 의혹을 '우리나라 사립대학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정의하고 이사장 및 총장의 용퇴와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제주참여환경 등 도내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노동당 제주도당도 비슷한 시기 제주도정과 사법기관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논평을 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한라대의 교수평가가 ‘총장 충성도 평가로 전락해 사실상 교수 억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제주한라대의 ‘전근대적 교원 관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협의회의 한 교수는 얼마 후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 거부를 통보받기도 했다.
제주한라대는 2011년 정부로부터 취업률, 재무건전성 등이 뛰어난 전국 상위 7개 전문대학 중 한 곳으로 선정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지만 위법적 학사운영과 인사권 남용 등에 대한 내부 폭로와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안겼다.

■ 법조인 키워내는 곳이 스스로 원칙 무시
지난해 대학가의 핫 이슈는 단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law school)의 졸업특혜 논란이었다. 제주대 로스쿨은 연 초 제3회 변호사 시험에서 전국 평균 합격률을 반타작하며 비상이 걸린 데 이어 연말에는 원칙을 무시한 학사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제주대 로스쿨 휴학생인 최보연 전 로스쿨 학생회장은 지난해 연말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대 로스쿨이 고등교육법과 자체 학사운영 규정을 어기고 출석 일수가 모자라는 학생들에게 졸업을 허용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갖게 했다고 폭로했다. 최 씨가 출석부 등을 통해 출석 일수가 모자라는 것을 확인한 학생은 총 4명, 최 씨는 이 가운데 2명이 시험일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나머지 2명은 출석일수가 고등교육법과 제주대 로스쿨 자체 학사규정에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총 수업시수의 2/3를 채우지 못 했음에도 우수한 학생들이거나 현재 학생 이외에 가지고 있는 검찰주사보 등의 신분 때문에 교수들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졸업 허용이라는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최 씨의 진정에 따라 이뤄진 교육부의 현지방문 조사에서 4명중 2명에 대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진정인 최 씨가 교육부의 1차 조사가 미진했다며 보강수사 진정을 접수하면서 다시 2차 조사가 이뤄졌고, 최근 교육부는 2차 조사 결과로 제주대 로스쿨에 기관 경고와 관련 교수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 지역 선도대학이 낳은 또 다른 오점들
지난해 9월에는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제주대 교직원들의 부당사례가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출장 여비 부당수령, 개인 사유 휴강 후 보강수업 미실시, 채용과정에서의 심사 부적정, 출석기준 미달학생에 학점 부여, 여러 학기동안 동일한 시험문제 출제 등 방식도 내용도 다양했다.
10월에는 제주대학교가 학점을 후하게 주는 이른 바 ‘학점인플레’ 전국 상위 학교로 언론에 회자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회선 의원(새누리당, 서울 서초 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4년제 종합대학 재학생 전공과목 성적분포 현황'에 따르면, 재학생의 30% 이상에 A학점을 부여한 대학이 전국 188개 일반대학 중 138개교로 조사된 가운데 제주대는 이중 44.0%로 13위에 올랐다. 제주대의 '학사 관리 규정'에 A등급은 30%까지 주게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학생들을 옥죄는 취업난과, 교육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기 싫은 교수들의 빗나간 온정주의가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본연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주대는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36개 국·공립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격년 실시)에서 10점 만점에 5.29점을 받아 36개 대학 중 31번째(4등급)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제주대는 앞선 2012년 동일한 조사에서 6.06점으로 35개 대학 중 31번째에 머무른 바 있어 허향진 총장 부임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청렴도 평가에서 2회 연속 '하위권'으로 조사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