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과 ‘휼방상쟁’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과 ‘휼방상쟁’
  • 제주매일
  • 승인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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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윤 JDC 기획본부장·정치학박사

중국 진(晉)나라의 대부(大夫)인 한(韓)·위(魏)·조(趙) 삼씨가 진나라를 분할한 기원전 403년부터 진(秦)의 시황제가 통일한 기원전 221년 사이 전국시대에는 그야말로 군웅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계속됐다. 오죽했으면 “전국시대에는 의로운 전쟁이 없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강대국인 진나라는 우세함만 믿고 수시로 다른 나라들을 침공했다. 조(趙)·위(魏)·한(韓)·제(齊)·연(燕)·초(楚) 다른 6 나라들 사이에도 전쟁이 잦았다.

전국책·연책(戰國策·燕策)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조나라에서 연나라를 치려 하자 소대(蘇代)라는 사람이 연나라의 유세객이 돼 조나라에 파견됐는데, 그는 조혜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제가 귀국으로 오는 길에 역수(易水)에서 목격한 일입니다. 조개 하나가 아가리를 딱 벌리고 햇빛을 쬐고 있는데 갑자기 도요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긴 부리로 조갯살을 쪼았습니다. 그러자 조개는 곧 아가리를 다물어 버렸는데 그 바람에 도요새의 부리가 조개 안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이 때 한 어부가 와서 싸우는 조개와 도요새를 잡아가 버렸습니다” 소대는 여기까지 말한 다음 결론을 맺었다.

“이제 귀국에서 연나라를 치게 되면 연나라와 조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공방전을 벌이다가 마침내 국력이 피폐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진나라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보게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싸움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엉뚱한 제3자만 이득을 취하게 되는 휼방상쟁(鷸蚌相爭)의 우를 지적한 말이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시대다. 이들 제주 방문 외국인의 대다수가 시내면세점을 이용하면서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내 시내면세점은 전부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시내면세점 수익이 고스란히 대기업 금고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수익금 전액을 투입하고 있는 국가공기업 JDC가 시내면세점사업 진출을 검토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비슷한 연유로 내국인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관광공사와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12년간 축적된 JDC의 면세점 운영노하우와 브랜드 협상력·바잉파워 등을 살린다면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분석이 바탕이 됐다. TFT 구성·자회사 설립 검토·유관기관 협의·명품 브랜드 유치 사전 협상 및 해외시장 조사, 개점장소 분석 등이 진지하게 준비됐다.

그러던 JDC가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JDC는 지난 2월 16일, 국가공기업과 지방공기업간의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출혈경쟁과 갈등이 심화될 경우 자칫 신규면세점 사업이 고스란히 사기업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제주도민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시내면세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규 시내면세점사업과 관련해서 과연 JDC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제주도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길인가, 어떤 결정이 최선인가,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토론과 면밀한 검토가 있었다. 경영진은 물론 실무진, TFT멤버 등이 밤잠을 설치며 고심한 결과, 국가공기업과 지방공기업 간의 경쟁이 자칫 먹이를 서로 뺏으려는 이전투구가 돼 결국 휼방상쟁의 결과를 초래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순수한 결정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JDC의 이러한 결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은 너무 나아간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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