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대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대요
  • 정민자
  • 승인 2015.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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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어느 18세 소녀의 ‘고백’
“학교에선 산지식 배울 수 없다”
독일 사회에 공감 및 큰 반향


우리 아이들도 학교생활 ‘고생’
지식습득 목적 성적 지상주의
‘하고 싶은 공부하기’가 답

교육은 사전적 의미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이라고 나와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는 100년만큼이나 길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요즘은 100세시대다. 뭐든지 100세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것도 행복하게 잘 사는 계획을.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을 봤을 때 100세까지 안 살고 싶다. 복지가 잘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사회분위기로 볼 때 잘 살 자신도 없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한 기사를 보게 됐다. 물론 그 후 각종 언론에서 한 번씩은 거론되어진 기사다. “독일의 한 소녀가 올린 두 문장, 독일을 달구다”라는 기사다. 단순히 독일만 달군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츠나미 같은 반응을 보여줬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집세?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 국어로…” 학교에서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산지식을 배울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인생을 100세라고 봤을 때 우리는 그 중 한 20여년을 교육받는 시기로 학교에서 대부분 보내는데 그 기간에, 이후 인생의 나머지 대부분을 보낼 사회생활에 필요한 실용지식을 배울 수 없다고 한탄한 글이었다.

안다. 학교에서 모든 걸 다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도 배우고, 가정에서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아마 이 소녀의 기사를 보고 다들 동감한다면서 한 마디씩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얘깃거리로 몇 번 나누다 시들시들해진다. 그러나 독일은 달랐다. 겨우 18세 소녀의 하소연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부와 교사?학부모?학생들이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연방교육장관의 긍정적인 평가까지 얻어냈다는 것, 독일 사회의 건전성이 부럽다.

이걸 본 우리 딸이 그런다. “완전 동감, 학교에서는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수학?물리?화학  이런 과목만 배우는 거 같애. 그래도 얘들은 우리보다 낫네, 우린 한 개 국어, 우리말로도 시를 제대로 분석 못하는데…. 아니, 분석 못해도 학교생활이라도 즐겁고 행복하면 좋지, 다들 불행해 해”

뜨끔했다.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단다. 겨우 일어나 아침도 거르고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등교하는 아이들, 새벽에서 한 밤중으로 이어진 학교생활이 행복하고 즐거울 리가 없다. 오죽하면 9시 등교가 교육감 선거공약이었을까.

그런데 학교를 행복하고 즐거운 배움터로 만들자는 진보적인 교육관이 오히려 지탄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지식습득이 목적이고, 시험과 성적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10년 넘게 사회와 역사를 배웠지만,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를 제대로 볼 줄 모르고 현재의 역사를 읽을 줄도 모른다.

문학이나 예체능을 통해서 심미적 감수성을 배우고 더 세련되게 가꿀 수도 있는데, 우리는 세상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너무 모르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더 반대란다. “9시 등교라니, 아침을 못 먹으면 어때, 나중에 입시 끝나고 실컷 자면 되지”라는 반응들이다. 좋은 대학이 성공이고, 행복이라는 어른들, 아이의 재능과 자질은 관심 없다. 그러니 언제 연극 한 편, 음악회 한 번 ‘여유부리며’ 데려 갈 수 있겠나.

지금 극단 로비에서는 뚝딱뚝딱 미술작품을 걸고 공연장 안에서는 무대조명을 걸며 공연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연신 떠들며 깔깔 웃고 있다. “제주도에 지하철이 생긴다면?” 대본 쓰는 일에서부터 연출하고 기획까지 전부 청소년들이 책임지고 하고 있다. 하도 웃어대서 물어본다. “경 좋으냐?” 그러자 대뜸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안 행복하겠어요?”

이거다. 학교에서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한다면 학교생활이 행복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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