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쌓인 눈 뚫고 노란색 꽃 피우는 복수초
늦겨울 쌓인 눈 뚫고 노란색 꽃 피우는 복수초
  • 제주매일
  • 승인 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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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⑤꽃샘추위 속 봄의 전령
▲ 복수초와는 차이가 있는 세복수초 군락. 세복수초 줄기는 분지하고 꽃과 잎이 함께 발달한다. 특히 악편은 방사상칭형으로 평균 5매다. 인엽에서 자라는 잎에는 탁엽이 있다.

겨우내 얼었던 몸도 마음도 풀리기 시작하는 2월도 벌써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설명절이 지나면서 이제 가벼운 오름 등반 같은 트레킹이나 마지막 설산을 보기 위한 한라산 산행도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성질 급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서 인지 이제는 나무종류뿐만 아니라 일찍 봄을 준비하는 대지의 식물들도 서서히 하나 둘씩 숲의 낙엽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며 겨울숲 여기저기서 봄이 솟아오르고 있다.

 

한국의 복수초 3종으로 통합

지금부터는 복수초의 계절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아 어느 누구도 나오길 망설이는 시기, 낙엽들 사이로 노란색 꽃을 내민 모습이 신기하고 신비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복수초의 진짜 모습은 쌓였던 눈이 채 녹기 전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일 것이다. 매서운 꽃샘추위의 위용에도 눈 속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와 꼿꼿하고 당당하게 맞서 이겨내는 모습이 하찮은 풀 이상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무들의 꽃이나 단풍이 온 산야를 울긋불긋 물들인다면 복수초는 천상정원의 모습처럼 숲의 지면을 노랗게 물들인다고 비유할 수 있다. 노란꽃잎의 빛깔만으로도 아름다운데 그 노란꽃잎에서 빛까지 나니 그야말로 봄기운이 넘쳐 여기저기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미나리아재비과(科)에 속하는 복수초의 속(屬)명은 Adonis 이다. 아도니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이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아프로디테 여신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사냥을 나가 멧돼지에게 물려 죽고 만다. 아도니스의 상처에서 흐른 붉은 피는 복수초 꽃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유럽의 복수초 종류는 붉은색으로 꽃이 핀다. 복수초속 식물은 일년초 또는 다년초 식물로서, 북반구 온대지역을 중심으로 약 30여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복수초, 가는복수초, 개복수초, 세복수초, 은빛복수초 등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복수초(A. amurensis), 개복수초(A. pseudoamurensis), 세복수초(A. multiflora)의 3종으로 통합해가는 추세이다. 제주지역에도 과거부터 복수초, 세복수초, 은빛복수초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종류들은 모두 세복수초 종류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복수초와 세복수초는 좀 차이가 있다. 복수초는 줄기는 분지하지 않고,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악편(꽃받침 조각)은 좌우대칭형으로 평균 8매이고, 인엽(비늘같은 잎, 겨울눈을 덮고 있던 잎)에서 액생하는 잎에는 탁엽(쌍떡잎식물에서 흔히 보이는 잎자루 밑에 붙은 작은 잎)이 없다. 반면 세복수초는 줄기는 분지하고, 꽃과 잎이 함께 발달하고, 악편은 방사상칭형으로 평균 5매이고, 인엽에서 액생하는 잎에는 탁엽이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러한 특징대로 본다면 제주도의 복수초는 거의 대부분이 이 세복수초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학자들이 심도 있게 연구하고 발표하는 부분이라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육지부에서 복수초를 본다면 줄기에 붉은 기운이 많이 돌며 “뭔가 좀 다르다”라는 차이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뿌리와 어린잎에 독성있는 식물

▲ 예쁜 꽃을 터트린 복수초.

복수초는 이른 봄, 개화가 빠른 해에는 1월말부터 피기 시작한다. 그래서 복수초가 자라는 환경은 아무래도 늦겨울부터 따스한 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숲 속이다. 때죽나무나 팽나무 같은 낙엽활엽수가 교목으로 있고 그 밑에 비옥한 토양이 있는 곳이다. 어느 정도 숲이 형성된 연륜이 있고 복수초보다 키가 큰 식물이 적은 곳이 적지라 할 수 있다.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는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 때에는 꽃봉오리가 닫혀있어 화사함을 만끽하기엔 곤란하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노란 꽃잎은 햇빛이 있는 한낮이나 맑은 날에는 꽃송이가 활짝 펴지지만 날씨가 궂거나 어두워지면 오므라진다. 이는꽃잎이 태양을 따라 돌면서 태양광으로 암술을 덥혀서 아직 추운 시기이므로 방문하는 곤충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하기 위한 배려인데, 궂은 날씨에는 수정에 필요한 곤충도 나다니지 않을 것이고 아직 추운 날씨에 귀중한 꽃술이 상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보온을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복수초는 이 시기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주도를 종단하는 5.16도로나 1100도로의 길가 주변이나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오름,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는 교래지역처럼 곶자왈숲에도 찾을 수가 있다. 뭐 굳이 멀리 나가는 것이 어렵고 귀찮다면 시내권에서는 한라수목원 같은 수목원이나 식물원 같은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복수초는 대극이나 천남성종류처럼 맹독성을 가진 식물은 아니지만, 독성을 가진 식물로 분류된다. 식물독성학 책자를 보면 복수초의 뿌리와 어린잎에는 아도니톡신 같은 독성이 있다고 기술되어있다. 이 처럼 예쁜 꽃에 무슨 조화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자기 보호를 위한 수단이기에 뭐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러한 식물의 독은 소량을 사용할 시에는 곧 약이 되기도 한다. 하여간 복수초도 그렇고 주변의 식물을 관찰할 때에 모르는 것 보다야 알고 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함부로 채취하거나 만지는 것도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이지만 복수초의 수난은 자주 일어났다. 모난 놈이 정을 맞고 이쁜 꽃이 수난(?)을 당하는 것일까? 일부 사람들이 어리석은 마음에 복수초 같은 야생화를 개인의 소유물로 만들려는 욕심으로 무단 채취가 빈번했다. 꼭 내 품에 있어야만 행복한 기운이 온전하게 내게로 전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노랗게 빛나는 세복수초 군락을 한번 본다면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충분하게 넘칠 정도의 행복하고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이제 정말 없어져야할 일이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 아직 그늘진 곳엔 잔설이 남아있지만, 본격적 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지금, 세복수초가 봉오리를 터트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세복수초의 금빛 행운과 행복이 제주도민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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