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오사카 이타미·간사이공항

제주특별자치도는 복수공항 운영이 제주공항 포화를 해결할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존 공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제2공항 건설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하고 에어시티로서의 복합도시 기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공항을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해 복수공항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사카 이타미·간사이공항 사례는
기존 공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해 복수공항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오사카의 이타미공항과 간사이국제공항이다.
1939년 개항한 이타미공항은 1994년 간사이공항이 건설되기 전까지 오사카의 유일한 국제공항이었다. 이타미공항은 간사이공항이 개항하면서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타미공항은 317만㎡ 면적에 1828m×45m·3000m×60m 규모의 활주로 2개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항공기 운항 횟수는 12만8000회다.
특히 소음 피해 최소화를 위해 1일 항공기 운항 횟수를 370회(제트기 200회·프로펠러기 170회)로 제한하고,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이·착륙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2006년 4월부터는 소음이 심한 점보기 운항이 금지되고 있으며, 저소음 비행기 투입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소음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항공기 소음 대책 비용의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이타미공항은 1964년부터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확장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도심과 인접해 있어 공간이 부족했고, 소음 피해 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도 심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건설된 것이 바로 간사이공항이다. 간사이공항은 오사카 바다 한 가운데 매립을 통해 인공 섬 위에 조성됐다.
점보기가 쉴 새 없이 뜨고 내릴 수 있고, 도심에서 편리하게 접근 가능한 곳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해상공항이 들어선 것이다.
일본 최초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간사이공항은 개항 당시 3500m×60m의 규모의 활주로 1개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7년 4000m×60m 크기의 활주로를 추가로 증설했다.
이에 따라 간사이공항은 12만1063회의 연간 항공기 운항 횟수와 74만4937t의 화물 수송량을 기록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으로 자리매김했다.
간사이공항을 받들고 있는 인공 섬은 개항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10m 정도 내려앉았다. 간사이공항은 4년에 한 번씩 유압 장치를 이용해 인공 섬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사카는 5km 떨어진 3184㎢ 면적에 5005억 엔을 투입해 다국적 기업군, 연구기관, 국제물류센터, 호텔, 상업, 위락시설 등이 들어선 에어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해상공항의 입지 특성을 배려해 공항 기능을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간사이공항은 이를 바탕으로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간사이공항 개항으로 이타미공항 지역상권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 실제 1993년 1만3764억 엔이었던 상권 규모는 1995년 5739억 엔으로 급감했다.
때문에 이타미공항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사회적 이익에 대한 인식이 확산, 국제선 기능 회복 등을 요구할 정도로 공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제2공항 건설 방안 장·단점
기존 공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경우 제주 서부나 서귀포 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안은 도심 인근 공항의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존 공항의 용량 한계 해소, 대규모 공항의 허브 기능 강화가 가능하다.
특히 공항 주변을 활용해 복합도시 건설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 공항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도심 공동화와 이용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데다 24시간 운항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도 제한 영향이 적은 것은 물론 자유로운 공간 확보로 다양한 기능 부여가 용이하다. 인공 장애가 적어 비행 안전성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공항 확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사비와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임대료와 사용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입지 여건에 따라 접근시설 등 인프라 신규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일부 오름 절취 등에 따른 주변 환경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점은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민 참여로 갈등 최소화해야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지역 간 갈등 최소화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가 나하공항 인프라 확충에 따른 주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조사단계부터 주민 참여 제도인 PI(Public Involvement)를 지속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간 나하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기초조사단계부터 구상단계, 시설계획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한 것이다.
실제 주민들을 찾아가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2만4000건이 넘는 의견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바다를 매립해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 주민 1만35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4%가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이범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활용된 PI제도가 모범적인 주민 참여 방법으로 볼 수 있다”며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단계에 따라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