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해결 위해 양기관 전향적인 자세 필요
지난해 7월 함께 출범한 원희룡 제주도정과 제10대 제주도의회의 갈등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오히려 양측이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시작됐나
구성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10월 14일 “예산 편성지침을 만들기 이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주 내용으로 하는 ‘예산 협치’를 제안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 고유의 권한”이라며 반대했고 ‘재량사업비’ 문제를 끄집어내며 양 기관의 대립적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등에서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예산협치를 들먹이며 수년전에 사라진 ‘의원 재량사업비’를 부활시키려던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렇게 시작된 예산 갈등은 4개월이 지난 15일 현재까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진행상황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예산 갈등은 이후 양 기관이 함께하는 일정 곳곳으로 확대됐다.
성명 및 기자회견 등 대리전이 벌어졌고 계획됐던 인사청문회(제주발전연구원장)도 연기, 개최됐으며 협치위원회 조례와 카지노감독기구 설치를 위한 조례 등도 보류됐다. 급기야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12월 22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에 출석한 자리에서 “20억원 요구는 지난 9월 중순 경 구성지 의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양 기관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고, 도의회는 지난해 말 2015년 본예산 안 심의를 통해 1636억여원 삭감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내놨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단행된 제주도의 정기인사와 관련 도의회 측이 사무처장 인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지금의 상황은
현재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예산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안 편성을 두고 양 기관이 줄다리기를 하다 제주도가 도민 설문 등을 통해 1295억원을 되살리기는 것(전체 1634억원)으로 방향을 잡아 지난 10일 추경 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시급한 민생 사업이 많은 만큼 설 명절 이전 처리가 기대됐지만 도의회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여기에 원희룡 지사가 최근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도의회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도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구성지 의장도 지난 13일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이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관계 개선 방안은 없나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양 기관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모든 문제가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 만큼, 그동안 중단됐던 집행부와 의회의 정책협의회 등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양 기관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도민’을 위한 예산 사태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주도와 의회 모두가 개혁의 대상이며 주체”라며 “양 기관을 바라보는 도민의 시각이 곱지 않다. 모든 내용이 도민에게 공개되는 정책협의회를 열어 그동안의 잘잘못을 인정하고 서로 필요한 부분은 설득하며 의견의 차이를 좁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이 같은 예산 갈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편성 준비 단계에서부터 제주도와 도의회, 시민단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