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지사 또 ‘口舌’, 도민들도 피곤하다
元 지사 또 ‘口舌’, 도민들도 피곤하다
  • 제주매일
  • 승인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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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또 ‘구설(口舌)’에 올랐다. 잊을만 하면 툭 터지는 발언 파문에 이제 도민들도 피곤함을 넘어 짜증이 날 정도다.

 원 지사는 지난 12일 보도된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의원들이 의원사업비를 충분히 편성해주지 않자 대규모 예산 삭감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듭 밝혔다. 도와 의회가 충돌하면 행정공백이 우려된다는 질문에도 “도의원들의 지역민원 예산에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공백은 없다. 예산개혁은 될 때까지 한다”고 피력했다. 말 속에 담긴 진위여부를 떠나 명백한 도의회 폄하(貶下) 발언이다.

 이로 인해 지방정국은 ‘급랭(急冷)’으로 돌아섰다. 도의회 농수축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이날 예정된 업무보고를 취소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원 지사가 상임위에 출석해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예산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 보려는 상황에서 나온 원 지사의 발언은 의회를 무시하고 경시하는 태도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는 농수축위 뿐만 아니라 도의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원들이 예산 몇 푼 갖고 구걸하는 것으로 보이나” “도지사가 끝까지 간다면 우리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설 이전 추경 예산 처리는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원희룡 지사가 내세우는 ‘개혁(改革)’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원 지사는 과연 개혁적인가. 최근의 보건복지여성국장 공모만 하더라도 ‘짜고 친 고스톱’이란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란 말도 그래서 나온다.

 백번 양보해 개혁을 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설득하는 것은 기본이다. 혹시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인식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自問)해 볼 일이다.

 우리는 이번 추경 예산과 관련 먼저 양보하는 쪽이 결국은 이긴다며 도의회가 ‘대인배(大人輩)’의 모습으로 ‘설 선물보따리’를 안겨 줄 것을 주문했었다. 그러나 이런 요구조차 이제 무색해졌다.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이고,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유대인의 지혜서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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