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올해 첫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해 10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안은 지난해 심사과정에서 삭감(削減)된 내부유보금(1634억원) 범위 내에서 민생예산 1295억원, 감채기금 335억원, 나머지는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됐다.
이와 관련 도는 “민생예산은 가급적 수용하면서 행정경비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정상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만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 마디로 ‘도민 눈높이에서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는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대규모 예산 삭감을 놓고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는 점에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에 박차를 가하면 설 이전에 추경안(追更案) 처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의회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우선 추경 예산 규모를 보면 사실상 지난해 삭감된 예산 전액이 올라왔다는 볼멘소리다. 만약 제주도가 제출한 추경안을 그대로 처리한다면 지난해 예산 삭감이 도의회의 잘못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행부의 ‘언론 플레이’ 등 저간의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끔은 ‘지는 게 이기는 길’일 수도 있다. 본란을 통해서도 누차 강조했거니와 이번 싸움은 먼저 양보하는 쪽이 결국은 승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도민들을 위한다는 명분(名分)에서도 그렇고, 향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현재 집행부와 도의회간 예산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록 속이 상할지는 몰라도 집행부가 아니라 도민들을 위해 도의회가 대인배(大人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바로 ‘명분’을 쌓는 길이며, 이기는 길이다. 추경 예산이 ‘설 선물보따리’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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