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냉전 이후 해상치안 환경은 해양영토‧자원‧환경문제 등 분쟁요인으로 복잡 다양화하고 있다. 양상도 ‘전통적’ 위협에서 마약 밀매, 해상테러, 환경 파괴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신(新)해양시대 도래와 함께 동북아 지역은 그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주변해역은 갈등과 협력 관계가 반복돼 온 역사를 갖고 있어 인접국과의 해양경계 획정 및 어업문제, 자원개발을 둘러싼 다툼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분쟁의 불씨로 남아 있다.
영국 군인이자 탐험가인 윌터 롤리의 명언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처럼 앞으로 바다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해양영토에 대한 영유권 확보를 위해 해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더불어 제주바다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해양굴기(海洋崛起)의 기치 아래 해양산업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 아시아 역내에서 자국의 해양주도권 강화를 위해 해양력을 급속히 증강시키고 있다. 또한 일본은 2007년 해양기본법, 2008년 해양기본계획을 제정과 함께 총리가 본부장인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출범시켜 신해양정책 추진과 함께 해상자위대의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해역은 한․중․일 3국이 바다를 통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해양안보의 중요한 해로(海路)다. 제주 주변해역은 갈치‧고등어 등 주요 어장이 계절별로 형성되어 집중 조업과, 해상 물동량 증가로 해양사고 위험도 상존하는 해역이기도 하다.
이에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우리의 해양주권, 해양안전을 위해 해역별 ‘24시간 해상경비’에 임하고 있다. ‘실전 훈련’을 반복, 해양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국민의 안전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주해경은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현장 훈련과 접목시켜 실제 상황처리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현장 위주의 경비․구조역량과 기동성이 요구되는 항공기와의 해․공 합동작전을 통해 신속한 인명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해상교통로 안전을 위한 해상대테러 임무, PSI 검문검색 등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제주해역의 수산자원 보존과 기상악화를 틈탄 불법조업 차단을 위해 경비함정을 추가 배치하는 한편 괭생이 모자반 제거 등 제주해양 환경 보전에도 경력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해경은 지난해 11월 조직이 개편되며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 지금 우리는 지휘부에서 현장에 이르기까지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재인식하고 정신을 재무장했다.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드호 침몰 당시 부녀자들을 구조하고 목숨을 희생한 병사들의 ‘버큰헤드 정신(Birkenhead spirit)’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2009년 1월 허드슨강(Hudson River)에 불시착한 항공기 승객․승무원 전원의 목숨을 구한 ‘허드슨강의 기적’을 제주바다에서도 만들어낸다는 각오도 다졌다.
이제 우리는 60년이 넘어서는 조직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국제해양 레짐(Regime)에 발맞추어 기본에 충실한 역량을 결집, 반듯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임을 다짐한다.우리는 1910년 아문센과의 남극점 최초 도달경쟁에서 지고, 돌아오는 길에 죽음을 맞이한 스콧(Scott) 대령의 한마디, “우리의 죽음은 역경을 이겨내는 영국인의 의지와 힘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할 것이다”라는 격언을 항시 되새기며 국민들이 해상치안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해양주권 수호에 최선을 다하는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변치 않는 기대와 관심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